"도움 청할 곳 없는데 어떡하죠"…'셀프방역'이 드러낸 1인가구 생활고
확진자 10만명대…성큼 다가온 '셀프방역' 시대
역학조사는 물론 재택치료도 스스로 체크
국가 지원 못 받는 1인가구 특히 취약하다는 지적
전체 10명 중 7명이 소득 하위 40% 저소득층
도움 청할 이 없고 '재택치료키트' 마련도 부담
전문가 "정부·지역사회 함께 노력하는 게 중요"
"1인가구도 의지할 수 있는 친밀한 공동체 형성해야"
오미크론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코로나19 검사·진료체계가 전면 전환된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진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마련된 신속항원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부는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 적합한 방역체계로 전환했다. 자기기입식 역학조사부터 재택 치료까지, 바야흐로 '셀프방역'의 시대다. 그러나 1인가구가 새로운 방역체계의 '약한 고리'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은 갑자기 건강 상태가 악화되면 마땅히 도움을 청할 사람을 구하기 힘든 데다, 국내 1인가구 대부분이 빈곤층이라 자가치료키트를 구매하는 것조차 버겁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9만5362명으로, 주말 효과로 검체검사 수가 감소했음에도 일일 10만명대에 근접했다. 위중증 환자 수는 전날보다 41명 늘어 480명을 기록해, 방역지표가 점차 악화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의 본격적인 확산에 대비해 방역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기존에는 검체 검사·역학 조사·격리라는 이른바 '3T 전략'을 중심으로 감염병에 대응하고, 환자는 의료기관에서 필요한 치료를 지원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지난 9일 이후 재택치료 체계로 전환됐다.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에 비해 감염 속도는 훨씬 빠르지만, 대신 치명률은 낮은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면서 재택치료를 받는 환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1일 0시 기준 46만9384명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재택치료 환자들을 1일2회 모니터링하는 '집중관리군'과 스스로 의료기관에 연락해 필요한 처방 상담을 받게 하는 '일반관리군'으로 나눠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방역체계가 1인가구에게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자가격리에 들어갈 경우, 사회적·경제적 대처 능력이 다른 가구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갑자기 감염병 증상이 악화됐을 경우, 마땅히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고 토로한다.
지방에 있는 본가에서 나와 현재 수도권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20대 직장인 A씨는 "친구들도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생업이 바빠서 이웃집과 교류가 있는 편도 아니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도움을 청할 곳이 없더라. 만약 내가 이 상태로 확진돼 자가격리를 했다가 덜컥 중증에 걸리기라도 하면 큰일 나겠다 싶었다"라며 "평소에는 신경도 안썼던 일인데, 내가 얼마나 돌발상황에 취약한 환경인지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해열제·산소포화도·측정기·체온계 등 건강 체크와 치료에 필요한 물품이 든 '재택치료키트'도 구매도 부담이다. 현재 재택치료키트는 집중관리군 대상자에게만 전달하고 있으며, 일반관리군은 직접 구매해야 한다. 재택치료키트 가격은 약 10~20만원대로, 저소득층 1인가구에게는 상당한 금액이다.
재택치료키트나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해도, 이를 집까지 가져오는 일은 쉽지 않다. 앞서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일반관리군 재택치료자가 집 근처 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받은 뒤, 의약품을 배달받을 수 있도록 대한약사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재택치료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지금은 담당 의료기관과 연락을 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난 1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재택치료에 들어갔던 류근혁 복지부 제2차관 또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약 처방을 받으러 병원에 전화를 했는데 두 군데가 연락이 안 돼 다른 쪽에다 처방을 받았다"라며 "확진자 폭증으로 전화 연결이 잘 안 될 가능성이 있다. 재택치료를 처음 받는 대부분의 국민은 상당히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시인했다.
이런 가운데 혼자서 재택치료를 하던 환자가 돌연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주택에서 50대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재택치료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B씨와 떨어진 별도의 장소에 머물던 가족들은 B씨와 연락이 안 되자 119에 신고했고, 이후 119구급대원이 자택에서 숨진 B씨를 발견했다.
일각에서는 저소득층 비율이 높은 국내 1인가구 특성상, 감염병 등 국가적 재난의 위기가 닥치면 '약한 고리'로 내몰리는 게 당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1인가구는 약 664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31.7%를 차지했다.
같은해 발표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의 소득 5분위(국내 가구 소득을 하위 20%부터 5분위로 나눈 것) 분포는 1분위 42.3%, 2분위 29.5%, 3분위 17.2%, 4분위 6.8%, 5분위 4.2% 순으로, 소득이 높아질수록 비율이 급감했다. 즉, 국내 1인가구 중 71.8%는 저소득층인 하위 40% 이하라는 뜻이다.
1인가구 10명 중 7명이 빈곤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이를 경우, 도와줄 수 있는 주변인이 있는 게 아닌 한 큰 피해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는 위기 상황에서 저소득층 1인가구를 지원하려면, 정부의 도움은 물론 튼튼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 구조상 1인가구는 앞으로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고, 감염병 대응은 물론 사회 전반적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 혜택을 구축하는 것은 중요하다"라며 "현재 한국의 1인가구 복지는 대부분 신청자 위주로 되어 있지만, 이들 대다수가 저소득층이고 고연령층인 특성상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모니터링하고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로 전환되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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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1인가구의 취약성은 단순히 경제적인 것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도 있다. 가족 외에 아는 사람이 없어 위기 상황에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 또한 취약점"이라며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가족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느슨하면서도 친밀한 지역 공동체'가 조성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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