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포럼]보증금 200에 월세 25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졸업식 노래’를 요즘은 부르지 않는다 한다. 책을 물려주지 않는 시절, 다소 ‘올드’하게 들리는 가사 때문일까, 졸업식마저 비대면으로 대체되어 꽃다발로 축하하며 사진 찍는 풍경도 사라졌다. 많은 것들이 급속히 바뀌는 시절, 학교는 졸업생들을 보내고 또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한다.
많은 것이 바뀌지만 바뀌지 않는 게 있다. 타 지역에서 서울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겪는 고충, 바로 집을 구하는 일이다. 신문에서 대학가 주변의 월세방 현실을 보면 마음 아뜩해진다. 어지간한 목돈을 쥐고 있지 않는 이상 대학생 자녀의 생활비와 학비에 집세까지 넉넉히 지원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적은 보증금과 월세로는 바퀴벌레에 곰팡이, 물이 새는 화장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신문에 올라온 보증금 200에 월세 25만원의 집은 거미줄과 벌레가 가득하고 대낮인데도 컴컴한 폐가 같다고 했다.
사실 집 문제는 대학생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터로 내몰리는 청년들도 많으니 그나마 대학생이 되는 청년은 행복하다 할까. 그래도 이 넓은 도시에서 집을 구하는 게 얼마나 막막한 일인지 잘 알기에, 집 떠나 서울로 온 청년의 심정을 누군가는 헤아려 줘야겠기에 이 글을 쓴다. 그 겨울, 집을 구하러 다니던 스무 살의 내게도 서울의 칼바람이 참 매웠다. 추워서 들어간 찻집에서 손이 얼어 컵을 쨍하니 깬 아침. 나의 서울 생활은 생각보단 나쁘진 않았지만 그 막막하던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많은 것들이 좋아진 세상인데 대학생들의 주거문제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부모님 생각해서 반지하 방을 구했어요. 난방비 아끼려고 종일 도서관에만 있어요. 골목길 고함 소리에 너무 불안해요. 학생들이 호소하는 자잘한 고충은 집세며 학비며 부모님께 너무 큰 부담을 드린 데 대한 죄송함에 밀려 아마 가족에게 전해지진 않을 것이다. 그나마 선생인 내게라도 얘기할 수 있으니 다행, 들어주는 귀라도 되려고 애쓰는 편이다.
그렇게 힘겹게 대학생활을 이어가지만 들이는 돈과 인내에 비례해 공부가 쑥쑥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아슬아슬하게 버티어 대학 4년을 다녀도 원하는 곳에 일자리를 얻기 힘들다. 주거문제를 겪는 대학생들은 대학생활 내내 알바로 내몰리다 취업에도 어려움을 겪기 쉽다. 이중의 부담, 이들의 불안과 고충이 단순히 집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이유다. 대학 입학, 졸업, 취업, 결혼, 출산 등 과거에 당연히 생각한 생애 주기가 더 이상 예전대로 그려지지 않는 세상에서 ‘다 그렇게 고생하며 어른이 되는 거니까 칭얼거리지 말고 잘 견뎌봐’라고 말하지 말자.
청년세대와 저출산 문제를 행정 일선에서 담당하는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저출산’ 문제는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희망을 청년세대에 주지 못했기에 발생하는 일이지 출산 지원비로만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청년들의 이기심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더욱 아니라고. 큰 선거를 앞두고, 나라를 바꾸겠다고 나선 이들이 청년의 불안과 고충, 아픔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까 궁금하다. 가늠하기 힘든 생의 나날에 대해 이 나라의 정치는 어떤 그림을 그려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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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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