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실적에 매몰된 은행들…지난해도 손 쉬운 이자장사 치중했다
국내은행 이자수익비중 몇년째 80~90%대
해외 대형은행은 이자수익비중 50~70%대
코로나19에 예대마진 극대화로 이자수익 올려
수수료 못 받고 펀드 팔기 어려운 환경도 원인
금융그룹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 계열사들은 지난해 이자장사를 통해 실적을 대폭 개선했다. 몸집을 키우면서 비이자이익을 높여가는 외국은행과 달리 국내은행은 여전히 이자수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자금수요가 높은 때에 대출금리를 대폭 높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식의 ‘땅 짚고 헤엄치는 영업’을 강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은행의 이자수익비중은 90.3%로 집계됐다. 해당 지표가 90%를 넘어갔던 건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수익의 상당부분을 비이자이익으로 실현하는 외국은행과 비교하면 이자수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계 글로벌 은행인 HSBC는 소매금융에 집중하고 있지만 비이자이익 부문이 전체 수익의 50%대로 유지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통상 40%대 후반의 비이자수익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캐나다TD뱅크, 싱가포르 DBS, 일본 미즈호 은행도 통상 이자수익비중이 50%대, 많아봤자 70%대에 불과하다.
코로나19·기준금리·예대마진으로 이자수익 훅 늘어
이러한 배경에는 코로나19와 주식투자 및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막대한 대출수요가 있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영세한 개인사업자와 중·소상공인의 대출이 크게 늘었다. 가계대출의 경우 연말까지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증가세를 보였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기조를 맞아 대출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이자수익 창출력이 극대화됐다. 한국은행은 역대 최저였던 0.5%의 기준금리를 지난해에만 두차례, 올해 한차례 올렸다. 통상 민간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선반영하기 때문에 대출금리는 상반기부터 오름세였다. 그러면서 수신금리는 천천히 올리고, 대출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식으로 큰 수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8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는 2.07%로 11년 만에 최대였다. 가계대출 금리는 직전 15개월간 0.37%포인트 올랐는데, 저축성 수신금리는 0.10%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들은 금리인상기조 국면과 함께 금융정책의 여파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총량을 지키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대출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수수료 못 받고 파생상품 판매는 여전히 어려워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금융사와 수수료 체계가 완전히 다른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토스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시중은행들이 이체 수수료를 거의 받지 않고 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수수료 이익이 이자이익에 녹아버렸다"며 "미국은 소비자 등급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계좌유지 수수료도 받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비이자부문의 한 축인 파생상품 판매시장도 위축된 상태다. 박근혜 정부 이후부터 금융사의 파생상품 판매규제가 많이 완화됐지만, 일련의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를 거치고 금융소비자보호법까지 통과되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연차 내고 프로필에 '파업', "삼성 망한 듯"… 내...
은행장들의 임기가 짧은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은행장의 임기는 통상 연임을 포함해 최대 3년이다.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같은 대형 은행이 최고경영자에게 평균 6년에 가까운 재임기간을 보장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임기가 짧은 만큼 단기적인 실적에 매몰될 수밖에 없고, 장기적인 차원의 체질개선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