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반중 정서…정치권도 일제히 中겨냥
주한중국대사관 "정치인들 中에 화살 돌려…엄중한 우려"
전문가 "득표 위해 발언할 수 있지만, 미래 국익 생각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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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편파 판정 논란으로 국내 반중 정서가 극에 달하고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도 이런 반중 정서를 의식한 듯 한목소리로 중국을 겨냥해 연일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불쾌감과 유감을 표명하면서 반중 정서가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일각에선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앞다퉈 반중 정서에 편승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8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외교에 대해 "할 말은 할 것"이라면서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문제와 관련해서 "불법 영해 침범인데, 그런 건 격침해버려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소말리아 (어선)가 왔어도 봐줬겠는가. 분명하게 하고 평등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또 이번 베이징 올림픽 판정 논란에 대해서는 "매우 실망스럽고 우리 국민이 갖는 분노에 나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편파 판정에 대해 중국 체육 당국이 성찰할 필요가 있겠다"고 중국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지구촌 화합의 장이어야 할 곳이 자칫 중국 동네잔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의 '격침 발언'을 두고 야권에선 '반중 정서에 편승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간어선에 대한 무력 사용은 불법 선박 나포를 위해 간접적으로 활용하거나, 상대의 공격에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제한돼 있다. 무조건 격침 식 대응이면 국가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자칫하면 국지전의 위험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중국과의 올림픽 분쟁을 보고 그런 (시류에)타보려고 했는지 '중국 어선을 격침 시키겠다'고 했다"며 "조금 걱정된다. 중국 눈치를 보느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배치하면 안 되는데 중국 어선은 불법 어로 행위라 격침시키겠다는 것은 전쟁을 하자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9일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나라지킴이고교연합, 자유수호포럼 주최로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와 인권문제 해결 촉구 등을 주장하는 반중 집회가 열렸다. 한 참가자가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비판하는 '눈 뜨고 코 베이징' 문구가 담긴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일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나라지킴이고교연합, 자유수호포럼 주최로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와 인권문제 해결 촉구 등을 주장하는 반중 집회가 열렸다. 한 참가자가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비판하는 '눈 뜨고 코 베이징' 문구가 담긴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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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국에 대한 강경발언을 내놓는 것은 야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8일 공개된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지난 2016년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경제 제재를 언급하면서 "한국은 중국의 경제 제재에 굴복하며 안보 이익을 희생했다. 핵심 안보 이익에 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반중 정서가 크게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에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 역사를 중국에 예속,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라는 데에 있다"면서 판정 논란과 중국의 동북공정을 연결시켰다. 또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란 노래를 공유하면서 "고구려와 발해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아무런 경계 없이 반중 정서에 편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앞다퉈 '격침', '굴복', '희생' 같은 격앙된 발언을 내놓고 있는데, 이런 발언이 외교에 있어서 갈등의 불씨를 남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자신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동북공정은 비판받을 일이고, 편파 판정 논란 또한 분노할 일이지만 장기적인 국익과 외교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중국 정부도 최근 정치권의 발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주한중국대사관은 9일 입장문을 내고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은 중국 정부와 베이징 올림픽 전체에 화살을 돌리고 심지어 반중 정서를 부추기며 양국 국민의 감정을 악화시켰고 중국 누리꾼들의 반격을 불러일으켰다"며 "이에 대해 엄중한 우려와 엄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동계올림픽은 국제 스포츠 대회로서 각 경기의 심판은 모두 국제올림픽위원회와 국제경기연맹이 공동 선정하며 어느 국가나 정부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중국은 중한 관계와 양국 국민 간의 우호적 감정을 촉진하기 위해 계속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한국이 중국과 함께 마주 보고 나아가기를 바라며 그럴 것을 믿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국민 정서를 반영한 발언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권이 국민들에게 친중정권이라고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이것에 대해 반발심을 갖는 사람이 많은데, 올림픽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정치권이 중국을 겨냥해 다소 비판적인 반응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선거를 앞둔 후보들 입장에서 국민 정서와 완전히 동떨어진 발언을 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다만 이 후보가 어선을 격침시켜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민간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 지나쳤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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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치권에서 국민 정서를 반영해 발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면 외교를 할 때 중국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득표를 위해서 하는 발언도 있을 수 있지만, 미래의 국익과 국제관계를 이끌어나가는 부분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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