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첫 대선 후보 '4자 토론회'
토론 성사 전부터 후보들 치열한 신경전
대통령제 국가의 꽃 대선 토론
'케니디 vs 닉슨' 등 美서도 초미의 관심사
토론 결과 따라 대선 향방 좌우될 수도
전문가 "TV 토론은 후보 '자질' 검증 수단"

20대 대선 후보들이 3일 오후 첫 4차 TV 토론을 벌인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 사진=연합뉴스

20대 대선 후보들이 3일 오후 첫 4차 TV 토론을 벌인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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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20대 대선 후보들의 첫 4자 TV 토론이 3일 지상파 3곳을 통해 방송된다. 앞서 후보들은 참여 인원, 진행 횟수, 심지어는 자료 지참 여부 등 토론의 세세한 방식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선 토론은 항상 초미의 관심사로 여겨졌다. 유권자들은 토론회에서 후보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한 표를 던지거나, 혹은 잠정적 지지를 철회하기까지 한다. 대선 토론의 원조격 국가인 미국에서도 토론 결과가 여론의 방향을 바꾸곤 했다. 공직선거법상 대선 토론을 의무화한 한국에서도 토론을 앞두고 후보들의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경전 끝에 열리는 20대 대선 첫 다자 대선 토론회


4자 TV 토론은 이날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에서 중계된다. 진행은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가 맡을 예정이다.

후보들은 부동산 정책, 외교, 국가 안보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또 '5분 발언 총량제' 룰이 적용돼, 후보 한 명당 질문과 답변을 합쳐 5분만 발언할 수 있다. 토론의 시작과 끝에는 후보 4인에게 각각 30초씩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 시간이 주어진다.


4자 토론은 공직선거법상 규정된 첫 법정토론회다. 앞서 후보들은 이와는 별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이의 '양자 토론'을 진행할 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윤 후보 측은 4자 토론이 '정책 검증은 커녕 혼란만 일으킬 것'이라는 취지로 반대하며 이 후보와의 양자 토론을 제안했다. 그러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이에 반발하며 지상파 방송 3사를 상대로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는 양자 토론은 사실상 무산됐다.


구체적인 토론 방식을 두고 의견이 갈린 끝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양자 토론은 결국 무산됐다. / 사진=연합뉴스

구체적인 토론 방식을 두고 의견이 갈린 끝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양자 토론은 결국 무산됐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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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윤 후보 측과 이 후보 측은 설 연휴 기간 동안 법정 토론회와 별개로 진행되는 양자 토론을 벌이기로 했으나, 토론에 세부 자료를 지참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논의하다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끝내 불발됐다.


이와 관련해 박찬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갑자기 말을 바꿨다. 비상식적인 협상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애초부터 토론을 할 뜻이 없었던 게 아닌가"라며 비판했고, 국민의힘 토론 협상단 또한 입장문을 내 "이재명 후보께서는 아직도 자료 없는 토론을 고집하신다. 왜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리는 것인가"라고 질타하며 양측 모두 신경전을 이어갔다.


美서도 초미의 관심사 결과가 대선 향방 좌우할 수도


후보들이 토론 방식의 세세한 디테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대선 토론회에 신경이 곤두섰다는 시각이 있다. 대선을 약 한달 앞두고 펼쳐지는 토론회는 유권자의 시각은 물론, 대선의 결과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칠 파급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선 토론은 항상 초미의 관심사였다. TV 대선 토론의 원조격이자, 오늘날 대통령제 민주주의 국가의 선두주자인 미국에서도 TV 토론은 대선 캠페인 최대의 이벤트다.


대선 토론이 선거의 향방을 좌우한 역사적 사례로 기록된 지난 1960년 美 대선 토론회. 존 F. 케네디 민주당 후보(왼쪽)과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오른쪽)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대선 토론이 선거의 향방을 좌우한 역사적 사례로 기록된 지난 1960년 美 대선 토론회. 존 F. 케네디 민주당 후보(왼쪽)과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오른쪽)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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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토론이 대통령 후보들의 운명을 가른 적도 있다. 지난 1960년 벌어진 존 F. 케네디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의 토론이 대표적인 예시다. 대선 기간 동안 총 4번 벌어진 이 토론은 당시 미국 인구의 약 3분의 1인 7000만명 가량이 지켜봤다. 케네디 후보는 유창한 언변과 참신함을 뽐낸 반면, 닉슨 후보는 창백하게 질린 모습과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비쳐졌다. 결국 케네디는 닉슨을 꺾고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지난 15대 대선부터 TV 토론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 대선 또한 TV 토론으로 인해 수혜를 입거나, 고배를 마신 후보들이 다수 나왔다.


지난 1997년 당시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 등과 3자 토론을 벌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TV 토론의 수혜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구체적 경제 수치 등을 언급하며 이회창 후보를 압박해 원숙한 정치인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16대 대선 TV 토론회에서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국민 여러분, 지금 행복하십니까. IMF 극복되고 경제 엄청 좋아졌다는데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라는 발언으로 단숨에 존재감을 끌어 올리기도 했다.


TV 토론이 오히려 위기로 작용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7년 펼쳐진 제19대 대통령선거 1차 TV 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는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지적하려는 취지의 발언이었으나, 당시 토론 주제와는 동떨어진 말로 인해 역효과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지난 2017년 대통령선거 1차 TV 토론회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향해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묻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2017년 대통령선거 1차 TV 토론회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향해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묻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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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의 'MB 아바타' 발언은 유권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토론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24%로 하락해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와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같은 기관에서 진행한 또 다른 조사에선 응답자 중 무려 44%가 안 후보에 대해 '토론회 후 이미지가 나빠졌다'라고 응답했다.


전문가 "유권자들, TV 토론서 후보자 능력 검증"


TV 토론의 중요성은 연구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정치학회'가 출간한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토론회 효과 분석'을 보면, TV 토론을 본 응답자 1000명 중 절반 이상인 618명(61.8%)은 '후보자 토론회를 통해 후보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유권자들은 토론회에서 나타난 후보의 모습을 통해 대통령 적합성을 판단한다는 뜻이다.


또 유권자들은 대선 기간 중 TV 토론에서 각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에 관련된 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38.5%가 '토론회는 선거정보를 획득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라고 답했고, '어느 정도 효과적이다'라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51.5%에 달했다. 10명 중 9명의 유권자가 TV 토론으로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정보를 획득한 셈이다.


즉, TV 토론은 후보들이 유권자 앞에 나서 자신의 '역량'을 입증할 기회이자 가장 효과적인 정책 홍보 수단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학회 측은 "토론회의 필요성, 유익성, 흥미성 등은 매우 높게 인식되고 그 효과 또한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유권자들이 토론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기 좋은 진행 방식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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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후보자토론회의 형식은 자유토론, 정책검증 토론, 주도권 토론 등 후보자들끼리 무대 위에서 어떻게 토론할 것인가에 머물 게 아니다"라며 "전문가 집단이나 유권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포괄적 수준에서 논의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연구와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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