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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재정준칙

최종수정 2022.01.20 10:24 기사입력 2022.01.20 10:14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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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부가 추진하던 ‘한국형 재정준칙’의 도입이 물건너가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가 2020년 12월 말 국회에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제출한 이후 해를 두 번이나 넘겨 계류중이다. 준칙을 만들고 국회에 설명하는 과정에 기재부가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문재인 정부 임기내 도입하기는 불가능해졌다.


대선을 앞둔 국회의 관심은 ‘어떻게 조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늘리느냐’다. 전례 없이 빠른 ‘눈꽃추경’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여야는 증액 경쟁을 거듭해 그 규모를 30조원, 50조원까지 키웠다. 정부가 이미 공표한 ‘14조원’의 세 배를 훌쩍 넘어서는 금액이다.

정부가 발표했던 재정준칙은 재정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정한 일종의 규범이다. 그 산식은 단순해 보이면서도 이해하기는 꽤 어려운데, 국가채무 비율을 60%로 나눈 수치와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로 나눈 수치를 곱한 값이 1.0보다 낮아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한 만큼 2025회계연도부터 적용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었다.


이 산식에 대입하면 지난해 추경 이후의 계산 값은 1.16이다. 올해는 본예산 기준으로 0.69로 기준선 안에 여유있게 들어오지만 여야의 주장대로 50조원 이상의 추경을 추진하고 이후 일부 대선후보의 발언대로 2차, 3차 추경 편성에 까지 나설 경우 이를 준수하지 못하는 것이 확실시 된다. 차기 대통령 임기말을 향하는 2025년에 갑자기 씀씀이를 줄이거나, 건전성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리도 만무하다. 지켜지지 않을 준칙의 도입을 꺼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 와중에 올해 1인당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으로 20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는 1064조4000억원인데 1차 추경이 정부안대로 간다는 보수적 전제만 해도 10조원 이상의 적자국채 발행이 필요해 국가채무는 1074조4000억원 이상이 된다. 지난해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나누면 올해 1인당 국가채무는 2081만원이다.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난해 초과세수도 국가재정법에 따라 바로 국가 채무 상환에 쓰여야 하지만 4월 이후 새 정부의 계획에 따라 어떻게 흐를 지 모를 일이다.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확장재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재정건전성은 거시경제 안정의 뿌리다.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가 미국과 유럽의 재정 사업을 후행하기 어렵고 그리 해서도 안된다. 게다가 한국은 머지 않은 미래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나라가 된다. OECD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올해 기준 17.3%로 G5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2045년에는 37.0%로 세계 1위인 일본(36.8%)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해 재정건전성이 국가 신용도 평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다소 지우더라도 코로나19로 빨라진 현 세대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추경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50조원이든 100조원이든 무리해서라도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 1인당 몇 천 만원의 빚에 불평할 국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빠져나가는 뭉칫돈은 그 쓰임이 대체로 정교하지 않다. 이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변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언급과 강조는 도그마에 빠져버린 공무원의 헛소리가 아니라 헛돈 그리고 포퓰리즘과 관련한 경험칙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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