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규의 야구라는 프리즘]FA 빅마켓 KIA…253억 투자효과 언제까지 갈까
FA 대어 나성범·양현종 영입…4~6년 계약에 몸값 253억
WAR은 나 4.04-양 4.91승, 평균치만해도 9승 더 추가
30대 중반 나이가 관건 기량저하·부상 위험 더 커져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내년에 성공한다면 광주 팬들이 고마워해야 할 사람이 있다. 양궁대표팀 안산이다. 올해 도쿄올림픽 혼성단체·여자단체·여자개인 세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여대를 다니는 안산은 KIA 팬이다. 지난 8월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시구도 했다. 당시 그는 "정의선 구단주께서 FA(프리에이전트) 선수를 영입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정 구단주는 안산이 소속된 대한양궁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소망은 이뤄졌다. KIA는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큰손이었다. NC 다이노스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군림해온 외야수 나성범과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뛴 왼손 투수 양현종을 모두 잡았다. 계약 규모는 엄청나다. 나성범이 6년 150억 원, 양현종이 4년 103억 원이다. 나성범의 총액은 역대 FA 최고액인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의 2017년 4년 계약 규모와 같다. 양현종의 총액과 연평균 금액은 역대 FA 투수 가운데 가장 많다.
올 시즌 9위에 그친 KIA는 단숨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팀으로 떠올랐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WAR(대체선수대비추가승수)이라는 통계를 중시한다. 선수가 최저연봉으로 고용할 수 있는 ‘대체선수’보다 팀에 몇 승을 추가해줬는지를 측정한다. 최근 메이저리그 단체협약 협상에서 구단 측은 "연봉조정을 없애고 WAR을 기준으로 연봉을 책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나성범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홉 시즌 동안 타율 0.312 212홈런을 기록했다. 이 기간 WAR은 42.32승. 전체 타자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다. 1, 2군을 오가는 ‘대체선수’보다 연평균 4.70승을 더해줬다. 최근 네 시즌 WAR은 16.16승이다. 연평균 4.04승으로, 2019년 부상으로 스물세 경기만 뛴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수치다.
양현종은 2007년 KIA 입단 뒤 줄곧 에이스로 활약했다. 류현진, 김광현과 함께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 트리오였다. 2017~2020년 네 시즌 동안 KIA에서 기록한 WAR은 19.64승. 이 기간 전체 투수 1위다. 연평균 4.91승으로, 나성범을 앞선다.
지난 시즌 KIA에는 WAR이 0에 가까운 외야수와 선발투수가 너무 많았다. 두 선수가 자기 평균치 활약만 하더라도 KIA는 9승을 더 올릴 수 있다. 이 경우 팀 승률은 0.433에서 0.500으로 올라간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나 준플레이오프를 내다볼 수 있다. 하지만 2023년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2022년보다, 2024년은 2023년보다 낮을 것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두 선수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나이다. 나성범은 내년 서른세 살, 양현종은 서른네 살이 된다. 야구 선수의 통상적인 전성기인 스물일곱이나 스물여덟 살을 넘어선 지 오래다.
지난 칼럼(똑똑해진 MLB 구단들…FA 몸값 떨어진다)에서 지적했듯 프로야구 FA 제도에는 결함이 있다. 한창 기량에 물이 오른 젊은 선수보다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에게 더 많은 연봉을 지급하는 구조다.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일치할 때 이윤이 최대가 된다는 경제학 원리에 어긋난다. FA 자격 취득기한이 메이저리그보다 2~3년 더 긴 한국 프로야구에서 연봉과 팀 공헌도 사이 괴리는 더 커진다.
2015년부터 총액 80억 원이 넘는 FA 계약은 스물네 건 있었다. 여기서 2015~2018년 열여섯 건을 추려 계약 전후 네 시즌 WAR을 비교했다. FA 선수 열여섯 명 가운데 계약 뒤 연평균 WAR가 상승한 선수는 2017년 김광현(+0.20)과 2018년 김현수(+0.46) 두 명밖에 없다. 그나마 김광현은 네 번째 시즌에 구단 동의를 받아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세 시즌만 뛰었다.
2017년 4년 150억 원에 계약한 이대호의 계약 전 네 시즌 평균 WAR은 6.52승이다. MVP에 살짝 못 미치는 뛰어난 성적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네 시즌 동안에는 롯데에 평균 2.59승을 더해주는 데 그쳤다. 차이는 ?3.93승이다. 두산 외야수 김인태의 올해 WAR(2.63)보다 더 낮았다. 김인태의 올해 연봉은 6500만 원이다. 프로야구 역대 최고 우타자로 꼽히는 이대호지만, 계약 첫해 나이는 서른다섯 살이었다.
KIA는 2015년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퇴단한 윤석민과 4년 90억 원에 계약했다. 윤석민은 메이저리그 진출 전인 2010~2013년 KIA에서 연평균 WAR 3.87승을 기록했다. 계약 기간 중엔 평균 1.18승이었다. 부상 때문에 4년 동안 141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관절을 많이 쓰는 야구 선수는 나이가 들수록 부상과 기량 저하 위험이 커진다.
프로야구 고액 FA 계약은 성공 확률이 매우 낮은 도박이다. 성공해도 배당률이 높지 않다. 판돈만 엄청나게 걸리는 도박이다. KIA는 윤석민에게 WAR 1승을 얻는 데 19억700만 원을 써야 했다. 롯데는 이대호와 민병헌(2018년 계약)에게 각각 14억4800만 원과 18억8700만 원, LG는 차우찬(2017년 계약)에게 14억2000만 원을 지불해야 했다. 2군 훈련장에 최신 트레이닝 장비를 깔아줄 수 있는 금액이다.
구단들도 FA 계약의 낭비적 성격을 모르진 않는다. 한 구단 단장은 "FA 계약 4년 가운데 활약을 기대하는 시간은 2~3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급 선수가 만성적 공급 희소인 FA 시장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FA 시장에 우수 선수 공급을 늘리는 게 이론적으로 타당한 해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KBO와 구단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해 온 해결책은 그 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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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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