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확산이 기승한 지난 2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사기 사건은 평균 32만 건이 넘고 있다. 이는 전체 범죄 중 2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과거 세계보건기구(WHO)도 한국의 사기범죄 발생지수를 OECD 37개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한 적이 있다. 사기꾼이 판을 치는 대한민국의 양상을 빗대어 일찍이 김주덕 변호사는 ‘사기공화국에서 살아남기’라는 자신의 저서 통해 위험을 알린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기 범죄'가 판치기 좋은 환경"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연간 사기범죄의 발생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함과 동시에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마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사기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피해대상도 성인뿐만 아니라 노인이나 아이를 대상으로 한 사기도 발생하고 있고, 퇴직자, 취업준비생 등 경제적 취약계층을 향한 사기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이 지속되면서 모바일을 통한 전자상거래 및 금융거래가 증가하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재난지원금과 정부지원대출 등을 빙자해 현금인출이나 계좌이체를 요구하는 피싱이나, 지자체나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코로나 관리를 위하여 자주 발송되고 있는 안내문자와 유사한 내용으로 속여 수신자가 악성코드가 심어진 문자 내 링크를 클릭하도록 유도하는 스미싱, 심지어 최근에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해킹해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는 등 새로운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픈뱅킹의 이용은 단 한 개의 계좌정보만으로 비대면으로 대출받고, 보험까지 해지하는 등 사실상 전 재산을 탈취할 수도 있게 됐다.
더 심각한 것은 그 피해회복에 있다. 피해자들은 사기꾼이 잡힌다고 해도 피해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통상적으로 피해자들은 민사절차를 통해 피해구제를 신청한다. 문제는 민사재판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으려면 사기피해자가 직접 그 증거를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사기관도 아닌 개인이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는 어려워 현실적인 구제책이 되지 못한다. 형사절차 단계에서 피해 복구를 위해 ‘형사 배상신청 제도’와 ‘부패재산몰수법’이 있지만 피해액에 대한 심리가 길어져 자칫 사법정의를 훼손할 우려에서 법원에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의 민낯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기범죄자의 재범률은 40% 가까이로 다른 범죄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여기에는 사기죄에 대한 국가의 솜방망이 처벌이 한몫하고 있다. 사실상 사기관련 고소가 워낙 많이 발생해 수사당국은 피해액 1억원 미만일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법원의 형량도 최대 형량이 징역 10년 혹은 2000만원의 벌금이지만 양형기준을 보면 빼돌린 금액이 50억원 이상은 되어야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한다. 결과적으로 사기꾼들은 사기죄로 잡히더라도 피해자와 합의하는 등으로 가벼운 처벌을 경험한 후 다시 사기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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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경제학자 베커는 합리적 선택이론에 기초해 ‘범죄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이 존재할 때 ‘범죄행위를 중단 또는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기공화국으로 오명 씌워진 대한민국은 현재 사기꾼들이 활동하기 그지없는 천국같은 환경은 만들어주고 있으면서, 정작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는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경제불황기에 벌어지는 사기의 대부분은 취약계층을 상대로 하는 생계형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인 경제불황이 예상되는 이 때 젊은이나 고령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들이 사기 피해를 당해 고통을 받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신뢰도는 추락할 것이며 그에 따른 다양한 부작용을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것이다. 사기공화국의 민낯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기죄를 방지하는 최소한의 방지턱이라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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