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 '시위 퍼포먼스용' 동원되는 사례 잇따라
'방역패스' 반대 시위서 방치된 소, '일본산 활어 수입' 반대 시위서 내던져진 참돔
동물권단체 "명백한 동물학대…학대 범위에 '정신적 고통'도 포함돼야"

지난 11일 열린 서울 도심 집회에 소 2마리를 데리고 참가하려다가 경찰에 제지당하자 덕수궁 돌담길에 소를 내버려 두고 떠난 소유주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1일 열린 서울 도심 집회에 소 2마리를 데리고 참가하려다가 경찰에 제지당하자 덕수궁 돌담길에 소를 내버려 두고 떠난 소유주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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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최근 서울 도심 집회에 끌려 나왔다가 덕수궁 앞에 버려진 소 두 마리가 논란이 됐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처럼 정부 정책 등에 항의하기 위한 시위에 '퍼포먼스용'으로 동물을 동원하는 행위가 동물학대라고 지적한다.


지난 11일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A씨는 소 두 마리를 끌고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접종증명·음성확인제(방역패스)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돌발 사태를 우려한 경찰에게 저지당하자, A씨는 이날 오후 5시쯤 덕수궁 돌담길에 소를 버려두고 떠났다.

버려진 소들은 '백신 접종 후 사망자 폭증', '코로나 백신접종 전면 철회' 등의 글귀가 써진 대형 현수막을 두른 채 덕수궁 돌담길 앞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들을 보살핀 김영환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소들이 몹시 굶주려 있었다. 제보를 받고 현장으로 가서 챙겨온 짚과 물을 주자, 소들이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끝없이 먹더라. 2L 생수를 10병이나 마시고 짚도 계속 먹었다"면서 "수원시에서 출발할 때부터 하루종일 먹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소들이 차 경적 소리 등 도시 소음과 불빛 등에 굉장히 놀랐을 것"이라며 "특히 갑작스럽게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지난 13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소들의 주인인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 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11일 밤 9시30분쯤 시민 제보를 받고 도착한 동물권단체 '케어'가 소 두 마리를 돌봤다. 소들은 '백신 접종 후 사망자 폭증', '코로나 백신접종 전면 철회' 등의 글귀가 써진 대형 현수막을 두르고 있다. 사진=동물권단체 '케어' 페이스북 캡처

11일 밤 9시30분쯤 시민 제보를 받고 도착한 동물권단체 '케어'가 소 두 마리를 돌봤다. 소들은 '백신 접종 후 사망자 폭증', '코로나 백신접종 전면 철회' 등의 글귀가 써진 대형 현수막을 두르고 있다. 사진=동물권단체 '케어'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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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일본산 활어 대량 수입에 항의하며 살아있는 생선을 내던진 단체도 논란이 됐다.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지난해 11월27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일본산 활어가 대량 수입돼 국내 어민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활어를 내던지며 시위를 벌였고, 지나는 시민들에게 국내산 활어를 포장해 나눠주기도 했다.


이에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은 활어를 먹으려는 목적 없이 집회 도구로 사용했다며 지난해 12월 이들을 동물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 이들은 지난해 12월2일 입장문을 내 "(협회 측은) 일본산 수입 활어의 수입 완화와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둔화로 '양식어민이 죽어간다'고 부르짖었지만, 정작 죽어간 것은 누구인가? 어느 나라에서 왔든,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나 평생을 식용으로 착취당한 방어와 참돔"이라고 비판했다.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지난해 11월27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일본산 활어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활어를 내던졌다. 사진=미래수산TV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지난해 11월27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일본산 활어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활어를 내던졌다. 사진=미래수산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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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들은 이처럼 시위와 전혀 관계없는 동물들을 동원하는 행위가 엄연한 동물학대라고 입을 모은다.


김영환 케어 대표는 "(덕수궁에 버려진 소의 경우) 우리의 도덕적 직관에 의하면 명백한 동물학대다. 그런데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서 학대의 범위가 상당히 협소하다"면서 "(학대로 규정되려면 동물이) 상처가 나야 하고, 신체적 고통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신체정신적인 고통은 함께 오는 것인데,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학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몹시 아이러니한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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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도 "인간의 정치적 요구를 표현하기 위해 퍼포먼스 용도로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동물학대"라고 지적하면서 "활어 시위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함의는 '어류도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명백한 사실인데, (활어 시위 사건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는 전환점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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