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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우크라이나의 군축

최종수정 2021.11.30 11:03 기사입력 2021.11.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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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지토미르 일대에서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한 군사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공수부대의 모습. 지토미르(우크라이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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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1991년 당시 옛소련 붕괴 직후 독립한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은 가히 유럽 최강이었다. 앞서 흑해 일대에 주둔 중이던 소련군 핵심 전력을 그대로 물려받은 우크라이나의 병력 규모는 상비군 78만명과 전차 6500대, 전술핵무기 2500기 등으로 러시아 전체 전력과 맞먹었다.


이로 인해 독립 초기에는 우크라이나가 소련을 대신해 유럽의 군사패권국가로 주변국을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또한 부패한 군부 관료들이 전술핵무기를 중국과 이란, 북한 등에 몰래 팔아넘기는 상황이 종종 보고되면서 핵확산 우려도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제사회의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군비축소에 나서게 됐다. 우크라이나군은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자국 내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거나 미국과 국제사회로 인도하고, 재래식 전력도 10분의 1로 줄였다.


이후 2013년에는 징병제까지 완전히 폐지하면서 상비군 숫자도 14만명으로 크게 감축했다. 이때까지도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보장하는 자국에 대한 집단안보체제를 믿었고, 광범위하게 진행된 군축의 대가로 많은 경제지원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으로 산산이 무너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세력들과 결탁해 순식간에 크림반도를 점령했고, 민병대로 위장시킨 특수부대들이 우크라이나 동부 일대를 잠식해 들어갔다.

하지만 당시 시리아 및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내전 등 중동사태에 발목이 잡힌 미국과 EU는 경제제재 외에 러시아에 대한 어떠한 군사적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이후 7년 넘게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내전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1만6000여명의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또다시 10만 대군을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지대에 배치하면서 이번엔 우크라이나 전체가 함락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에 군사지원을 호소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맹국으로 편입시켜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다른 가맹국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미국은 대중 견제에 더욱 집중하고 있고, 재래식 전력 대부분을 감축한 유럽국가들은 러시아와의 직접 대결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크라이나가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추진해온 군축정책의 대가는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략 우려로 돌아왔다. 냉혹한 국제사회의 현실 속에서 장밋빛 평화구상은 어느나라 지도자나 꿈꿀 수는 있지만, 자국의 방어는 결코 타국이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큰 교훈을 남긴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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