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남은 자들의 이야기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자살 사별 애도상담 전문가와 사별자 다섯명이 만든 책이다. 고인이 떠난 ‘그날’에 대한 이야기부터 장례식, 부고 전달, 죽음의 이유를 찾는 추적자의 심정과 유서, 유품,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디지털 세상에 남은 고인의 흔적을 어떻게 할지, 온전한 추모가 무어인지에 관해서도 다룬다. 단순히 증언을 나열하기보다 해석을 더했다. 증언에서 숨은 의미를 발굴하고 거기에 온전한 애도를 위한 상담과 조언을 전한다. 참고로 한국의 하루 평균 자살자는 36.1명이다.
내가 만난 많은 자살 사별자들은 자살을 한다는 것, 또는 자살로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을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삶의 사건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다른 사람들이 겪은 자살 사망은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뉴스나 기사에 보도되는 극적인 극단적 선택들처럼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거나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었거나 헤어 나올 수 없는 경제적인 곤궁 속에 있었거나 자살 사망자 주변에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어떤 악인이 있었거나 하는 상황들 말이다. 그래서 고인의 죽음에는 자신이 이해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워했다. <11~13쪽>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라는 사인을 말해야 하는가, 말해야 한다면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가, 말을 해야 하는 대상은 어디까지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이다. 때로는 가족 구성원 내에서도 누군가에게는 고인의 사인과 죽음 정황이 비밀인 경우가 있으며, 고령의 가족 또는 어린 자녀들이 종종 그 대상이 된다. 사별자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고인의 사인을 밝히고 설명해야 할 필요는 없다. <126쪽>
자살 사별자들은 그날 이후부터 한동안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증상들을 많이 호소한다. 우리는 예기치 못한 외상적이며 압도적인 사건에 큰 충격을 받는다.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마구 분비시키면서 이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게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준비시킨다. 갑작스럽게 분노가 치밀고 폭발할 것 같은 감정 상태가 되거나 내가 듣고 본 것들이 현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한다. 불안과 공포, 모든 감각들의 전원이 갑자기 꺼진 것 같은 멍함도 여기에 해당한다. 공황 발작이 생길 것 같은 느낌, 숨 막힘, 어지러움 등의 신체 증상을 비롯해 수면과 식습관 패턴의 변화들도 동반된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인간의 싸움-도주-경직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며 감당하기 힘든 사건에 직면한 모든 사람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대처 방식이다. <54~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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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규 지음/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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