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의 힘 / 샌드라 거스, 지여울 옮김 / 윌북 / 1만2800원

[남산 딸깍발이] 읽히는 글은 ‘설명’보다 ‘OO'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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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티나는 화가 났다.”

“티나는 문을 박살낼 듯한 기세로 닫더니 발을 쿵쾅거리며 주방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거야?’”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는 소설쓰기의 기초다. 샌드라 거스 역시 책 ‘묘사의 힘’을 통해 보여주기의 힘을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말하기’는 “작가가 단정내린 결론과 해석을 독자에게 전해주는 일이다.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그들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일”이다. 반면 ‘보여주기’는 “독자에게 구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세부사항을 충분히 전달한 끝에 독자가 결론을 스스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소설이 ‘보여주기’를 선보여야 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독자는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 독자들은 “재미를 느끼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세상으로 도피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다시 말해 말하기는 “독자를 위해 정보를 통역해주는 일로, 독자가 스스로 이야기 속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그 세계를 발견할 기회를 박탈한다.”


“독자는 그저 무슨 사건이 벌어졌는지 대략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을 보고 싶어” 한다. “나는 방수포가 덮여 있는 트럭 짐칸에서 시체를 발견했다”고 말하는 것보다 “나는 트럭 짐칸에 올라 방수포를 젖혔다. 메스껍고 달큼한 악취가 풍겨오는 바람에 비틀거리며 뒷걸음쳤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가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손으로 입을 막고 비명을 삼켰다”가 훨씬 주목을 끈다.

저자는 말하기를 구분하는 몇 가지 팁을 제시한다. 그중 하나는 ‘대과거’ 사용 여부다. ‘보았었다’와 같은 대과거는 인물의 배경 정보를 지나치게 많이 ‘설명’한다. 때문에 문서프로그램 검색 기능을 사용해 ‘있었’ 혹은 ‘았었’을 찾아 대과거를 과거시제로 고쳐주는 것이 좋다.


부사 역시 말하기 도구다. “개가 꼬리를 다리 사이로 말고 불안스레 낑낑거렸다”에서 ‘불안스레’는 불필요한 설명이다. “개의 태도와 낑낑거림 자체가 불안해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굳이 부사를 덧붙일 필요가 없다.” 참고로 ‘칼의 노래’로 유명한 김훈 작가는 부사를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사를 사용하지 않으면 정제되고 깔끔한 느낌을 자아낼 수 있다. 부사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검색기능을 이용해 ‘~이’ ‘~히’ 같은 부사 파생 접미사를 찾아내면 된다.


‘흥미로운’ ‘아름다운’과 같은 형용사도 말하기가 될 수 있다. “나는 두려운 마음이었다”라고 말하기보다 “맙소사, 맙소사, 맙소사.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다리가 후들거렸다”라고 보여주는 편이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좋다.


‘아연하다’ ‘분하다’ ‘놀라움’ ‘혼란’처럼 단어에 이름을 붙이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저자는 “자주 쓰는 감정 언어 목록을 만들어 놓아도 좋다. 글을 고쳐 쓸 때 그 단어를 찾아 고치도록 하자”며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대신 인물의 행동과 생각, 본능적인 반응, 몸짓 언어를 이용해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보여주자’”고 충고한다.


다만 가끔은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게 효과를 발휘할 때도 있다. “감정 언어를 문장의 주어로 삼고 이를 힘이 강한 동사와 짝지어주는 경우”이다. “공포심이 마치 야생 동물처럼 그를 할퀴었다”처럼. 하지만 “이 기술은 아껴 써야 한다. 너무 자주 쓰면 독자 눈에는 그 표현만 보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저자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지만 그중에서도 오감 사용을 강조한다. “모든 장면에서 자신이 시점 인물이라 생각하고 그 인물이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것을 묘사하라”는 것이다. “나는 자동차의 열린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신선한 소나무 냄새를 들이마셨다. 찬 공기를 맞아 뺨이 달아오르고 눈물이 배어 나왔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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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강하고 역동적인 동사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테면 ‘그는 걸었다’라고 쓰는 대신 ‘그는 거닐었다’ ‘그는 어슬렁거렸다’ ‘그는 발을 굴렸다’처럼 “동사를 사용해 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면 훨씬 생동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때 힘이 약한 표현은 경계할 필요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이다’와 ‘있다’의 모든 활용형이 여기에 속한다. “비쩍 마른 한 남자가 너무 커 보이는 외투를 입고 있었다”라고 설명하기 보단 “외투가 남자의 몸에 헐겁게 늘어졌다”고 묘사하자. 훨씬 독자의 관심을 끄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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