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많은 젠더범죄 판결, 양형 강화 역행"
성범죄 집행유예 비율
2010년 46%→2019년 59%
강간사건은 집유 2배 가량 늘어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젠더 범죄에 대한 법관의 온정적 판결이 양형기준 강화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여성정책연구원과 양형위원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성폭력 범죄에 법정형 하한보다 낮은 선고형을 부과하거나, 하한을 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성범죄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온정적 판결이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기준을 적용한 성범죄사건 중 실형 비율은 2010년 53.7%에서 2019년 40.9%로 줄고, 집행유예는 46.3%에서 59.1%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강간사건의 집행유예 비율은 24.7%에서 40.5%로 2배가량으로 늘었다. 경찰청 통계에서도 한 해 가정폭력 범죄건수가 5만건이 넘어 10년 전보다 7배 이상 증가했지만 절반이 공소권 없음이나 기소유예 등 불기소로 종결되고 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중 ‘성매수’에 대한 징역형 비율은 8.6% 수준에 불과하다.
박 연구위원은 "재판 과정에서 범죄나 행위유형에 따른 피해의 구조적 특성에 대한 실질적 고려가 이뤄지려면 법원의 높은 성인지 감수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대법원의 양형기준이 관행을 기본으로 정해지는데, 양형관행에 따르기보다 피해자, 수사기관, 여성단체, 시민단체 등 입장을 적극 반영해 올바른 양형기준을 수립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처벌불원’을 특별양형인자로 설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하고 "성폭력을 범해도 합의만 이루면 가벼운 형벌을 받는다는 인식은 성폭력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성범죄자 양형기준 사유를 분석한 결과 4826명 중 70.9%가 진지한 반성을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는 "재판 받는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성폭력상담소에 5회 기부를 한 후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며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진정한 사과인데, 가해자의 성폭력예방교육을 듣고 후원금을 납부하는 등의 행동은 재판부를 향해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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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집행유예를 무죄와 거의 동일시 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피해자는 오히려 가해자를 피해다니는 실정"이라며 "피해자는 용서하지 않았음에도 법원이 용서하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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