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싼 집에 살아야만 실수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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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실제로 필요해 사거나 얻고자 하는 사람. ‘실수요자’의 사전적 의미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판단하는 실수요자의 범위는 철저하게 ‘가격’이다. 현재 추진 중인 가계부채 관리 방식을 보면 그렇다. 실거주 목적이라 해도 기준점을 웃도는 가격의 집을 얻는 사람은 실수요자가 아니라는 식이다.


이번에 당국이 발표한 부채 대책의 큰 골격 중 하나는 실수요자 보호다. 대출은 제한하되 투자가 아닌 실제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예외로 뒀다. 문제는 고가 전세에서 사는 사람은 실수요자가 아니라고 보는데 있다. 이달 1일 출범한 금융당국 ‘가계부채 관리 태스크포스(TF)’에서는 고가 전세대출에 보증을 제공하지 않는 방안이 거론됐다. 유일하게 고가 전세의 자금 통로로 여겨지는 SGI서울보증이 보증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상한선 기준은 아직 미정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가격 상한은 수도권 5억원, 그 외 지역은 4억원까지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5720만원이다. 지난해 7월 말부터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가격은 연일 급등세다.


최근 3년 사이 84㎡(전용면적) 아파트 중 전셋값이 15억원을 넘는 단지도 3곳에서 53곳으로 폭증했다. 실수요자의 기준에 ‘가격’ 잣대를 들이대면 고가 전세자의 상당수는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고가 주택이 실수요자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은 주택 매매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빚 상환 능력이 충분한 고소득자라 하더라도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 자체를 막아놓고 있다.


무주택자가 실거주 목적의 1주택을 마련하려 해도 집값이 15억원 이상이면 이 역시 은행 대출이 제한된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은 6개월만에 1억원이 올라 12억원을 돌파했다. 강남권 평균 가격은 15억원에 근접했다. 고가 아파트 구매자라도 1주택 실수요자에 한해서 자금 조달 여건 완화의 필요성이 존재하지만 현 정권에서는 전혀 고려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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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실수요자 위주로 자금이 공급되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면 투기 목적이 없는 실거주자는 보호돼야 마땅하다.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는 현실도 고려돼야 한다. 싼 집에 살아야만 실수요자인가.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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