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2021년 2분기중 자금순환)에 따르면 한국 가계가 보유한 국내외 주식과 펀드의 가치가 1100조를 넘었다. 2019년까지만 해도 60만명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전자 주주 수도 이제는 4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고 한다.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기에 한국의 가계에서 차지하는 주식 비중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다 많은 국민들 자금이 그 나라의 주식회사들로 이전할수록 기업들의 수와 경쟁력은 커질 것이며 이 기업들의 성장과 함께 투자자인 국민들의 부도 함께 커지는 상생 효과가 생긴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 동인도회사를 통해 거대했던 스페인을 물리치고 세계패권을 차지했던 네덜란드 이후 전세계 자본주의 국가들의 국부와 세계경제패권은 그 나라가 보유한 주식회사들의 경쟁력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이런 역사를 살펴본다면 결코 주식시장과 국부의 상관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투자자들의 얼굴색이 밝지 않다. 한때 10만원에 육박하던 주가가 7만원 내외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필자이지만 2020년 동학개미운동 이후 비로소 가계자금들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처럼의 바람직한 상황이 저해될까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향한 정부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아 안타깝다. 각종 세제 정책 등으로 부동산으로만 향하던 자금의 물길을 어느 정도 주식시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한 공은 인정된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의 주식시장 시스템에는 핸디캡이 많은 상황인데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표면적으로는 공공기관에서 해제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기획재정부의 산하기관에 불과한 한국거래소의 개혁이 시급하다. 오랫동안 어떤 변화나 혁신의 조짐도 볼 수가 없어 시대의 변화에 홀로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미국의 스마트폰 업체나 대만의 반도체 기업에 비해 삼성전자가 너무 싸게 거래되는 등 대한민국 주식 대부분이 아직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거래소 문제에 있다고 본다. 세계 유수 거래소들이 백화점이라면 한국거래소는 재래시장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다. 평소 품질 대비 값싸게 거래되는 재래시장의 상품들을 애용하는 필자이지만 삼성전자 등 한국의 명품 기업들은 이제 백화점 같은 거래소에서 제 값 받으며 거래되기를 희망한다.
먼저 대부분 선진 거래소처럼 한국거래소도 스스로 상장이 돼야 한다. 이후 다른 유수 거래소들과 지분교환이나 M&A 등 합종연횡을 꾀해야 한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한국거래소도 궁극적으로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다국적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한국거래소의 위상과 명성이 높아져야 보다 많은 전세계 투자시장의 자금도, 보다 많은 국민들의 자금도 우리나라 기업들로 이동하며 상생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시장 경험 없는 기획재정부 고위인사들이 계속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 대표 자리에 오르는 관행도 이제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사라져야 한다.
며칠 후 중국에서는 베이징거래소가 신규 출범된다. 홍콩, 상하이, 선전의 대규모 거래소가 세 곳이나 있어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빨리 한국거래소를 품에서 놓아주고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을 육성하는 신생거래소를 출범시키는 등의 도전을 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는 무엇보다도 한국의 낙후된 증시 시스템을 개혁하는 공약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대한민국이 최강국이 되는 수순의 마지막 단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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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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