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 된 '배달허브'…"우리집은 안돼" vs "그럼 어디로 가냐"
'배달허브' 들어선 주택가 곳곳서 갈등
오토바이 소음에 담배·쓰레기까지…주민 불편 호소
아파트 단지 입점 소식 알려지자 미리 차단하기도
전문가들 "공동체 규칙 준수가 우선…혐오시설 낙인은 지양해야"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가. 주거 밀집 지역인 이곳에선 얼마 전부터 주민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약 한 달 전 이른바 ‘배달 허브’가 동네에 들어서면서 주민들은 평온한 일상이 깨져버렸다고 호소한다. 배달허브란 배달노동자들이 ‘콜’을 받기 전까지 대기하는 장소를 말한다.
여러 배달기사들이 모이다 보니 늘상 배달 허브 앞은 많게는 수십 대의 오토바이들이 빼곡이 늘어서 있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난다. 소음문제와 주차문제, 위생문제 등 주민 생활과 관련한 불편 사항들이다. 주민들은 "좁은 골목길 곳곳에 배달기사들이 담배 꽁초를 버리는가 하면 침을 뱉거나 심지어 하수도에 음식물 등 쓰레기를 버리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밤새 오토바이 굉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인근을 오가며 위험하게 운전을 하는 바람에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여러번 있었다고 한다. 주민 정모씨(59)는 "여럿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 탓에 저녁때만 되면 연기로 골목이 온통 뿌옇게 될 정도"라며 "노상방뇨를 하거나 이런 일로 주민들과 말다툼하는 것도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배달 종사자가 4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또 다른 갈등도 생기고 있다. 배달기사들의 쉼터인 배달허브를 놓고 ‘우리 지역은 안된다’는 님비(NIMBY)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인천 송도에선 아예 배달허브 입점 소식을 전해들은 주민들이 이를 필사적으로 막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파트 상가에 배달 허브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나자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이 업체가 들어오기도 전에 보이콧을 외친 것이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상가 계약 당사자들에게 계약에 들어간 비용과 공실 상태에서의 임대료 등을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배달 업체 이전 반대를 추진했고 이를 위해 1300만원의 합의금까지 모금해 결국 배달허브가 들어서는 것을 막아냈다.
라이더들도 할 말은 있다. 배달은 이용하면서 기사들에게 필요한 장소가 들어서는 것은 막는 게 아이러니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한 배달허브 운영업체 관계자는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사무실 특성상 소음 등 문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입점하려고 해도 받아주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 그나마 가능한 곳을 찾아 들어왔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냐"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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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앞으론 플랫폼 노동이 보편적인 노동 형태가 될 수 있으므로 이런 갈등에 대해 인권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배달기사들이 공동체를 위한 규칙을 지키는 게 우선이지만 배달허브 자체를 혐오시설로 낙인 찍는 시각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갈등조정 전문가인 장동혁 갈등조정가는 "갈등 해결의 전제는 상대의 피해를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배달허브 사업자 측이 피해 유발 요인을 잘 인식하고 이에 맞춘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며 "갈등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인정인데, 인정을 못 받았다는 것은 상대에게 부정당했다는 것이고 여기서 갈등이 촉발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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