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재생에너지 예산의 역설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신재생에너지 예산이 다른 분야 대비 필요 이상으로 많습니다. 예산은 한정된 만큼 집행 효율이 가장 중요한데, 예산당국에서 그런 점은 가볍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은 신재생에너지 예산 증가 속도에 우려를 나타냈다. '예산이 많을수록 좋지 않겠냐'는 통념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신재생에너지 예산은 내년에도 늘어난다. 일례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 예산은 올해 5340억원에서 내년 7260억원으로 36% 증가했다. 농촌·산단 및 도심 태양광, 풍력·연료전지 등 보급 확대에 필요한 자금을 1%대 저리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예산 집행률도 8월 중순 기준 78.8%로 높은 편이다. 대통령이 직접 태양광 발전의 기여도 홍보를 지시하는 상황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예산 확대가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니 공무원의 우려는 설득력이 있다. 현 정부 들어 태양광 보급 확산에만 매달리다 보니 사업자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일로다. 민간 사업자들이 태양광 보급 정책에 기반해 저리 융자를 받아 사업을 시작했지만, 단기간에 공급이 넘치다 보니 수익을 내기가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인 'REC' 가격은 3년 전 약 9만5000원에서 현재 약 3만원으로 3분의1토막 났다.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산·시설자금 예산은 3배 이상 늘었다. 공교롭게도 예산 증가와 수익 감소가 정확히 반비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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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해치우듯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기 보다는 안정적인 시장 환경 조성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 방안 없이 태양광 보급을 무리하게 확산할수록 전력 수급은 불안해지고, 시장 참여자 수익성은 악화된다. 정권 '코드 맞추기' 식으로 태양광 관련 예산을 늘려놓은 결과는 내년에도 불보듯 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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