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펀드 판매 100% 보상안 전후
전수조사 통해 선별. 재방방지책까지
불완전판매 펀드 100% 보상해야 종합금융회사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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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황준호 기자] 지난 6월16일 여의도 한복판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집무실 옆 회의실에서는 난데없이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일문 사장과 31명의 MZ세대 직원들로 이뤄진 주니어보드와의 대화의 장에서였다. 정 사장이 불완전 펀드 10개에 대한 투자금 전액 보상안을 발표한 뒤, 바로 가진 자리였다.


이 보상안을 두고 "판매사는 보상할 책임이 없다"는 교과서적인 주장이 힘을 얻던 순간이었다. 정 사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모 지점에 직원이 판매한 펀드에 문제가 생겼다. 그러자 한 고객은 그녀의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찾아가 피켓 시위를 벌였다. ‘몇 학년 몇 반 누구 엄마가 이런 펀드를 팔았다’며 시위를 했다고 한다. 그 직원이 얼마나 놀랬을지 생각해보자. 그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장내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그는 "그 분 뿐만이 아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밀려 드는 항의 전화에 1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분도 있었다. 이건 남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정 사장은 “회사 밖 고객들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지만 나에게는 여러분들도 고객들”이라며 “이런 사건 속에 놓여진 고객들의 억장도 무너지지만 직원들의 고통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은 고개를 떨구기 시작했고 정 사장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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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회의가 벌어졌던 현장에서 지난 20일 만난 정 사장은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두 달여가 지났지만 워낙 오랫동안 준비했고 파급력도 컸던 보상안이었다. 정 사장은 모든 순간을 또렷하게 회상했다.


보상안을 발표하기 전까지 모든 작업은 비밀리에 이뤄졌다. 의도는 왜곡될 수 있었고, 반응은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잡음은 금물이었다. 1300개 펀드를 일일이 살펴 보상해야 할 펀드를 골랐고 법적 검토도 마쳤다. 재발 방지안까지도 준비했다.


주주와 이사회를 설득하는 작업도 수면 아래에서 진행됐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close 증권정보 071050 KOSPI 현재가 258,000 전일대비 등락률 0.00% 거래량 0 전일가 251,500 2026.05.15 개장전(20분지연) 관련기사 외국인 자금 들어오나… 통합계좌에 증권주 기대감 '삼전·하닉' 반도체株 활황…다음 주목할 주식은?[주末머니] 대신 "증권사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 기대…NH·삼성 목표주가 상향" 회장 이하, 이사회 구성원들에게는 먼저 어떤 선택을 하길 원하는지 물었다. “우리가 문제가 있는 펀드인 줄 알았다고 하면 ‘나쁜 놈’이 될 것이고, 모르고 팔았다고 하면 ‘바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선택해야 할 선택지가 두 개 밖에 없다고 보시는가. 그건 아니다. 이 펀드의 속성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떨어진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리 문제의 본질이 돼야 한다. 그냥 증권사면 모르겠지만 우리가 ‘종합금융회사’라고 생각한다면 문제를 보는 시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또 "이런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이 1년에 2~3% 이자 보고 온 고객들인데 증권사 고객이라고 볼 수 있느냐.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종합금융회사가 돼야 하는 것이고 우리가 보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팝펀딩 제재심 최후진술을 마친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한 자리에서도 그는 보상안에 대한 말을 일절 꺼내지 않았다. 와인 잔을 비울수록 처지는 직원들의 어깨를 다독이면서도 보상안만은 비밀에 부쳤다. 그는 "일각에서는 제재심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100% 보상안을 냈다고 했지만 제재심 과정에선 직원들조차도 보상안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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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보드가 있기 전 가진 기자회견 이후 지난달 말까지 한 달 여 동안 한국투자증권에서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US핀테크), 삼성Gen2, 헤이스팅스(팝펀딩), 자비스(팝펀딩), 피델리스무역금융, 헤이스팅스 문화콘텐츠, 헤이스팅스 코델리아, 미르신탁에 가입했던 투자자는 투자금 전액을 보상받았다. 806개 계좌 1584억원이었다.


정 사장은 "고객이든 직원이든 신뢰를 잃은 금융기관은 금융기관도 아니다. 만약 우리가 보상을 해서 고객 신뢰를 회복한다고 한다면 이는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불완전 판매 펀드에 대해 100% 보상한 것은 보상액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 신뢰에 투자한 것"이라며 "한국투자증권은 다시는 이런 펀드를 팔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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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보드를 마친 정 사장은 고객사 상가를 찾기 위해 KTX에 올랐다. 정 사장의 스마트폰은 들어오는 문자, 메일, 카카오톡에 연신 울려댔다. 이제야 보상안을 알게 된 직원들이 보낸 "고맙다" 혹은 "감사하다"는 메시지였다. 그는 일일이 답을 했고, 그의 눈시울은 다시 벌겋게 달아올랐다.


정일문 사장 프로필

1964년 광주 출생
1982년 광주진흥고 졸업
1988년 단국대 경영학과 졸업, 한신증권 입사
2004년 동원증권 IB본부 ECM부 상무, IB부문장, IB2본부장, IB본부장
2008년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 퇴직연금본부장
2016년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 겸 부사장
2019년 한국투자증권 사장(현), 한국거래소 비상임 이사 겸 감사위원
2019년 한국거래소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현)
2021년 한국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현)
2021년 한국투자증권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 위원(현)

대담=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정리=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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