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서 페미해라 ㅋㅋ" '아프간 슬픔' 이용 女조롱…남녀 갈등 치닫나
아프간 여성 인권 유린 기사에 '한국 여성 조롱' 댓글
"우리나라 여성 저런 곳에 가서 페미니스트 운동해야"
"페미니즘 주장하는 분들은 이슬람인과 결혼하세요" 조롱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한국 여자들 조심해라 아프간 된다." , "아프간 슬픔 이용하는 악플"
무장조직 탈레반에 장악된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상황을 전하는 국내 기사 댓글에 한국 여성들에 대한 지적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프간 여성들의 그야말로 참혹한 고통과 인권 유린 상황을 이용해 국내 여성들에게 일종의 훈계나 악성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한국 여성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아프간 여성 꼴 난다'는 식이다. 아프간 사태를 두고 국내에서 때아닌 성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요 외신은 현재 아프간 소식을 일제히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전하는 국내 기사에 달린 댓글은 아프간 관련 내용이 아닌 한국 여성에 대한 비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한 여성 정치인은 이날 탈레반 조직원들이 집에 들이닥쳐 경호원을 무장해제하고 집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또 뉴욕타임스(NYT) 등은 탈레반이 점령지에서 여성들에게 외출 시 몸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24에 따르면 탈레반이 한 점령지에서 집마다 찾아다니며 대원들과 강제로 결혼시킬 12∼45세 미혼 여성과 남편을 잃은 여성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병사들이 18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M16 소총 등 미제 무기를 들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저기 가서 페미 운동해야" 여성 인권 침해 탈레반 외신 보도에 한국 여성 지적
탈레반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 아프간 여성 소식을 접한 국내 일부 누리꾼들은 기사 댓글을 통해 "페미니즘 주장하는 분들은 이슬람인과 결혼하세요. 한국 남자보다 잘해줄 겁니다. 결혼 후 남자의 고향 꼭 방문하시고요"라고 조롱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한민국 여성들도 잘 봐둬라. 체제가 공산주의로 바뀌면 저렇게 좌파 선전·선동에 이용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 역시 "우리나라 여성분들이 저런 곳에 가셔서 페미니스트 운동해야 여권신장이 될 텐데 말이죠?"라고 말했다.
이 같은 네티즌 댓글에 한 누리꾼은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 아프간 여성들을 동정하긴 커녕 여자들 겁박하는 데나 써먹는 저열함이라니 기사에 나온 동족 여성들을 비웃었다는 폐급 아프간 남성들과 다를 바 없구나"라고 비판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한숨을 내뱉었다. 국내 남녀 갈등이 아프간에서의 참혹한 여성 인권 유린을 두고도 벌어진다는 상황이 절망스럽다는 지적이다.
한 30대 회사원 김 모씨는 "아프간 여성들이 처한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 좀 한심하다"면서 "이들을 도울 방법 등 생산적인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대 여성 대학생 이 모씨는 "그냥 혐오적 댓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성별 갈등이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이건 좀 너무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 정권 붕괴 후 수도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이 사실상 승리를 선언한 가운데 19일 오후 적막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앞 거리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온라인에서 혐오표현 경험, 성소수자와 장애인 90% 넘어" 혐오표현 증가세 지속
시민들의 지적 그대로 이 같은 일종의 온라인 혐오 표현 갈등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6년 강남역 사건, 2018년 제주도 예멘인 난민신청 논란, 퀴어문화축제 등 혐오표현이 폭증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대책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인권위는 지난 2019년 혐오표현 리포트 발간을 통해 "혐오표현은 이제 일상화되었으며, 혐오 표현의 확산에 우려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혐오표현은 실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2017년 혐오표현 실태조사(인권위)에 따르면 '자신이 여성, 성적 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을까봐 두려움을 느낀다'는 항목에서 성적 소수자의 84.7%, 장애인의 70.5%로 단순히 비난에서 그치지 않고 증오범죄로까지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에서의 혐오표현 경험은 성소수자와 장애인 등은 90%를 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 "적극적인 대응 있어야" 혐오표현 지속하면 주류 목소리로
전문가는 혐오 표현의 확대와 재발방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17년 '혐오 표현의 실태와 대응방안'에서 "젠더나 인종, 장애, 그리고 성적 지향에 대한 폭력이 유머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혐오표현이 지속해서 확대할 때 우리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혐오표현 내지 메시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이고도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되면 처음에는 소수의견이던 혐오메시지가 결국에는 마치 주류 사상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면서 "혐오표현 현상은 사회통합을 위해 서도 결코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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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혐오표현에 대한 구제가 다른 한편으로 건강한 사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의 전개되는 것은 경계되어야 하며, 이러한 전제위에서 혐오표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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