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앞당겨진 무인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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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골목 어귀에서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왔다는 작은 약국이 문을 닫았다. 이따금 소화제나 두통약을 사러 들르면 일흔을 훌쩍 넘긴 노부부가 느긋하게 약을 건내고 돋보기 너머로 신용카드 결제단말기 숫자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누르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오래되고 낡은 약국이었다. 지난해 봄, 코로나19 방역 마스크 대란으로 5부제 판매를 하던 당시에도 할아버지 약사님은 전산시스템을 빨리 입력하지 못해 손님들이 한참 기다리는 것이 못내 미안했는지, 미처 구매하지 못한 이웃들에게는 언제쯤 다시 오라고 일일이 챙겨줬다.


약국이 있던 자리엔 일주일도 안돼 24시간 운영하는 애견용품 무인판매점이 들어섰다. 개·고양이 사료와 간식, 배변패드 같은 위생용품, 목줄이나 강아지 장난감까지 진열돼 있어 필요한 상품을 골라 키오스크에서 직접 바코드를 찍어 결제하면 된다. 일정 금액 이상 사면 덤으로 주는 사은품도 구매자들이 직접 챙겨가라고 안내돼 있었다. 사료는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고 어지간한 애견용품은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하루 만에 배송되는데 굳이 주택가에 점포를 냈을까 싶다가도, 무인점포로 운영하면 인건비가 들지 않겠구나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된 후 편의점업계는 일제히 인건비 상승 부담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미 전체 편의점의 20%가 인건비와 임차료를 지불할 수 없는 적자 상태인데, 인상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적자 점포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 때문에 심야시간엔 아예 영업을 포기하거나, 야간에는 무인으로 전환하는 '하이브리드 점포'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올 상반기 주요 편의점 4사의 무인 매장 수는 1000개에 육박해(990개) 전체 편의점(4만5277개·지난해 말 기준)의 2.19% 수준이었고, 대부분이 지난해와 올해 사이 무인화로 전환한 곳들이었다.


그렇다고 무인점포가 급증한 원인이 오롯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카페나 패스트푸드, 대형마트, 전자제품 매장 등 유통·외식업계 전반에 걸쳐 키오스크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주문부터 계산, 포장까지 소비자가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무인 편의점 역시 편의점 본사에서 개발하고 설치해주는 자동화시스템이 있으니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그동안 무인 점포에선 성인 인증이 어려워 주류나 담배 판매가 제한됐는데 이제는 모바일 신분증을 이용해 구매할 수 있다니, 업체마다 신기술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소비 활동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무인화 트렌드를 부추긴 영향도 있다. 예전 같으면 직원이 다가와 친절하게 설명하고 안내하던 판매 방식도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일상인 시대엔 환영받지 못한다.


결국 인건비 상승과 기술 발전, 여기에 코로나19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무인점포 시대는 더 앞당겨지고 빠르게 변화 중이다. 이로 인해 서비스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만큼 무인점포 관리나 보안 분야의 투자는 더 필요해진다. 키오스크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잦은 시스템 오류로 소비자들에게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해야 할 부분도 지적된다.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든 무인화의 흐름을 그저 대세로만 여기지 말고,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편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철저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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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경제부 차장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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