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 못 마친 첫 파병부대 기록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해외 파병 부대의 코로나19 무더기 확진은 군 당국이 사전에 충분히 예견하고 대처할 수 있던 사안이었다. 앞서 미국 항공모함과 일본 크루즈 선박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사례를 목격하고도 문무대왕함 내 300여 명의 장병 안전을 소홀히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군 당국은 현재 해외 파병 중인 각 부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을 파악해두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번에 집단 감염이 발생한 아프리카 해역의 문무대왕함을 포함해 현재 1300여 명의 장병이 해외 각지에 파병돼 있다. 이중 규모가 가장 큰 레바논 동명부대는 264명 장병 중 239명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279명이 있는 남수단 한빛부대는 223명,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는 148명 전원이 백신을 맞았다. 이들은 모두 군내 우선 백신 접종이 시작된 3월 이후 파병이 이루어져 접종률이 높은 것이다. 나머지 인원은 본인이 접종을 거부한 경우다.
그러나 2월 초 출항한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 300여 명만 접종률이 0%라는 건 군 당국도 이미 알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선상에서 감염이 이루어질 리 없다는 안일한 판단으로 이들에 대한 사후 접종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 판단이 집단 감염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청해부대는 10∼14일가량 해상에서 작전을 수행한 뒤 인근 기항지로 들어와 3~4일간 군수 적재와 정비를 거쳐 재출항한다. 이 과정에서 감염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백신 해외 반출이 어렵다면 기항지 정박 때 인근 국가에 협조를 구해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다.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의 경우 부대원 148명 모두 유엔 협조로 현지에서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사례도 있다. 왜 유독 접종률 0%인 청해부대 34진에 대해서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국방부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청해부대 34진 자체의 소홀한 대처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2일 첫 증상자가 나왔을 때 단순 감기약만 처방하고 이 사실을 합동참모본부에도 보고하지 않았다.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올 경우 부대원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은 건 뼈아픈 대목이다. 국회 국방위 강대식 의원(국민의힘)은 "청해부대 34진이 출항 시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UN에 협조를 구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했고, 기항지에서 현지인과 접촉해 물자 보급을 하는 최소한의 인원이라도 백신 접종을 마무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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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접종 거부로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파병 중인 장병에 대한 사후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동명부대·한빛부대·아크부대 장병과 개인 자격 파병 장병 중 미접종자는 98명으로 파악된다. 함께 임무를 수행 중인 동료들 상당수가 백신을 접종한 상태지만, 미접종자들을 매개로 한 감염 확산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 없어 현재로선 별다른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감염 확산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 없어 현재로선 별다른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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