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능력주의, 시장경제와 2030세대의 함성
"능력과 경쟁이라는 시장지상주의의 논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적이 얼마 전 언론에 널리 보도됐다. 마침 새로 선출된 제1야당 대표가 "공정한 경쟁"을 기치로 "능력주의"를 표방한 터였다. 우리나라는 시장경제다(헌법 제119조). 능력과 경쟁은 시장경제의 핵심 가치다. 시장지상주의 논리라며 끌어내릴 일이 아니다.
10년 전, 징갈레스(L. Zingales) 시카고대학 교수는 능력주의를 보는 명쾌한 시각을 제시했다. '누가 호레이쇼 앨저(Horatio Alger)를 죽였나?'라는 상징적 제목의 에세이에서 그는, 전통사회에서 권한과 보상의 배분 기준이 '혈통'이었다면 현대사회에선 '능력'이라 봤다. 능력은 개인의 자질과 노력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다. 이 기준은 "효율적이어야 하고, 자의적 조작이 곤란해야 하며, ... 공정"해야 한다. 여기에 잘 부합하는 유일한 시스템이 경쟁 시장이다. 저마다 능력에 따라 경쟁을 통해 운동선수, 의사나 요리사가 된다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이득이다. 이런 점에서, 능력주의는 시장경제와 동전의 양면이다.
다만, "민주사회에서 유능한 소수에게 커다란 권한과 보상을 주기로 다수가 합의"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능력주의는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있다. 징갈레스 교수가 제시한 공존의 관건은 두 가지다. 첫째,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정당하다고 보는 문화"다. 둘째, "능력주의의 편익이 불평등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클 것과 널리 퍼질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우선, 빈둥거리는 사람보다 노력하는 사람이 잘살아야 한다는 믿음은 아직 건재하다. 요즘 정치권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의가 잘못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건 바로 그런 맥락이다. 또한 문정부의 강력한 반시장적 규제(누더기 투기규제로 전락한 부동산정책과,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성장은커녕 경제 활력마저 앗아간 소득주도성장 등)에도 우리 경제는 어렵사리 버텨 왔다. 자사고 폐지정책 등이 횡행하는 작금의 평등주의 구도 하에서도 아직까진 민주주의와 능력주의의 공존을 점칠 수 있음은 국민경제를 위해 큰 다행이다.
능력주의에도 문제는 있다. 빈부 대물림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는 뒤처진 배경의 유능한 학생들에게 지역균형 선발 등을 통해 양질의 교육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적극 보완할 일이다. 능력주의를 평등주의가 대체할 수는 없다. 능력 기준이 사라지는 족족 그 빈자리를 부패, 정실과 족벌주의가 감쪽같이 메워버리기 때문이다. 근년 들어 잇달아 불거진 조국·인국공·LH 사태는 우연이 아니다. 능력과 경쟁을 백안시하는 문정부의 반시장적 접근 하에선 평등도, 공정도, 정의도 모두 기대난이다.
공정한 경쟁을 외치는 2030세대의 함성이 최근 드높다. 왜 유독 2030일까. 이들에겐 미래를 직시하는 '동물적 본능'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의 내일을 책임질 주역은 4050도, 5060도 아닌 2030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외침은 능력주의와 시장경제가 오늘 제대로 작동해야 자신들이, 나아가 우리 사회가 내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한 주인의식의 표출이다. 온 국민이, 특히 정치권이 2030세대의 함성을 당장 새겨들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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