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슈+] 미궁에 빠진 아이티 대통령 암살사건...베일에 싸인 배후
용의자들은 잡혔는데...배후는 여전히 안개속
정정불안 심화에 친중정권 들어설까 우려하는 美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아이티 대통령 암살사건의 배후가 좀처럼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아이티의 정정불안도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생전에 기업가 출신인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은 아이티 정계는 물론 재계에도 상당히 정적이 많았다고 알려져 배후를 특정하기 어려운데다 암살 용의자들 중에서는 미국 시민권자들까지 나오면서 외세 개입의혹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오는 9월 총선과 대선은 물론 헌법 개정투표까지 한꺼번에 치러야할 아이티 정계는 대통령 임시 권한대행의 인선을 놓고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정치적 혼란을 틈타 쿠바 등 다른 중남미 국가들처럼 아이티가 중국과 친선관계가 강화될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美·EU 등 주요국 외교단, 아이티 임시총리 패싱...권한대행 놓고 혼선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이티 내 미국과 독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대사들과 대표들로 구성된 이른바 '핵심그룹(Core group)'은 성명을 통해 "아이티에 합의적이고 포괄적인 정부가 구성돼야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아리엘 헨리 총리 지명자에게 이러한 정부를 구성하도록 위임된 임무를 지속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현재 아이티 대통령 권한대행을 자처하고 나선 클로드 조제프 임시총리를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 아이티의 정정불안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외교 대표단들이 아리엘 헨리 총리 지명자를 권한대행으로 보는 이유는 그가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되기 전에 총리로 지명됐기 때문인데요.
조제프 임시총리는 원래 올해 4월에 총리직을 수행 중이었지만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된 지난 7일 임기가 종료됐고, 헨리 지명자가 다음날 의회 선서를 통해 총리직에 오르기로 돼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암살사건으로 정정불안이 심해진 상황에서 조제프 총리가 임시총리을 자임하며 내각을 장악,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논란이 심화되고 있죠. 이로인해 조제프 임시총리가 이번 사건의 배후가 아니냐는 설도 아이티 정계에서 파다하게 돌고 있습니다.
용의자들은 체포했지만...배후가 미국서 파산한 의사?
아이티의 정정불안을 더욱 심하게 하고 있는 것은 모이즈 대통령 암살 배후가 여전히 밝혀지지 않기 때문인데요. 용의자들을 체포는 했지만 배후에서 이들을 조종한 유력한 혐의자는 지목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티 경찰이 배후로 지목한 인물은 플로리다에 거주 중인 한 아이티인 의사였지만, 그는 지난 2013년 파산선고를 받았을 정도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수십명의 전문 용병을 고용할 자금을 어디서 조달할 수 있었는지 등 정황상 의문점이 많이 제기되고 있죠.
그외에 배후로 추정되는 인물들은 아이티 정계와 재계에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모이즈 대통령이 아이티 내에서 '바나나맨'이라 불릴 정도로 바나나 농장과 자동차 기업 등 기업가로 활동을 하면서 많은 이권다툼에 개입했고, 정계에 입문한 뒤로도 숱한 부정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며 정적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인데요. 이로인해 아이티 경찰도 정확한 배후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친중정권 수립 우려하는 美...파병은 조심스런 입장
미국도 아이티 정정불안에 대한 개입 수위를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이티 정부가 일단 파병을 요청한 상태지만 아직 확고하게 파병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군대를 아이티에 보낸다는 생각은 현시점에서 의제에 있지 않다"고 발언했지만, 파병하지 않겠다고 딱 잘라서 이야기하진 않았습니다. CNN에 따르면 미 국방부 내에서도 여전히 파병문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죠.
미국 내에서는 이번 혼란을 기점으로 아이티 내 친중정권이 수립될 수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아이티는 현재 전세계에 불과 15개국만 남은 대만과의 정식 수교국으로 지난 2019년, 중국정부가 수교요청을 했을 때도 일언지하에 거절한 바 있죠. 모이즈 대통령은 당시 경제원조를 약속하며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하라는 중국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고 오히려 대만을 방문해 양국간 우애를 과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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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지정학적으로 매우 가까운 아이티에 친중정권이 들어서면 과거 쿠바처럼 중국이나 러시아의 대미 감청, 스파이활동이 활발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죠. 아이티의 정정불안 배후에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카리브해상 대결까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아이티가 혼란을 수습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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