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위, 한국인 강제노역 숨긴 일본에 경고
공동조사단,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후속조치' 불이행 지적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에 한국인 강제 노역 자료 턱없이 부족
'강력한 유감'과 함께 약속 이행 촉구…결정문안에 그대로 들어가
일본이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며 내건 약속을 저버려 경고를 받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일본이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신청하며 약속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후속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이 지난달 7~9일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시찰하고 내린 결론이다. 60쪽 분량의 실사 보고서에 "1940년대 해당 시설에서 한국인 등이 강제노역을 했다는 등의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조치 또한 미흡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일본의 후속 조치 미이행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역설했다.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은 2015년 7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등록된 스물세 곳 가운데 일곱 곳에는 조선인 강제노역의 한이 서리어 있다. 하시마(군함도) 탄광과 미이케 탄광, 다카시마 탄광, 야하타 제철소, 미쓰비시 조선소 제3드라이독·대형크레인·목형장이다.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위원회'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인은 하시마에 격리돼 해저 채탄 작업을 했다. 하루 12시간 노동과 영양실조, 사고, 질병 등으로 다수가 죽거나 다쳤다. 가혹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하다 익사한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다카시마 탄광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1941년 이곳에서만 전쟁용으로 석탄 47만t을 생산했다. 조선인은 하루 12시간 채탄 작업에 동원됐다. 잦은 매몰 사고와 열악한 생활 환경으로 생존을 위협받았다.
일본은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치부를 감추려 했다. 신청서에 강제노역을 언급하지 않았다. 시기도 메이지(1867~1912)로 한정했다. 산업혁명 유산이 군수산업으로 번성한 시기는 태평양 전쟁기다. 우리 정부는 꼼수를 지적하며 반발했다. 일본의 등재 시도가 세계인을 위한다는 세계유산협약은 물론 국가 간 협력과 평화 유지를 강조하는 유네스코헌장을 위배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결국 조선인 강제노역을 대표단 발언록과 주석(註釋)에 반영했다. 대표단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노역을 당했다"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의 징용 정책 시행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보센터 설립 등 피해자 추모 조치를 해석전략에 포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6월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한국인 등이 강제로 노역한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증언과 자료는 턱없이 부족하게 나타났다. 일본뿐만 아니라 강제 징용 노동자 등 피해자의 시각까지 균형 있게 다루라는 '전체 역사(full history)'에 대한 해석에 충실하지 않았다. 조사단은 산업유산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강제 징용 노동자 등을 위한 전시의 부재를 함께 거론하며 "한국인 등 강제 노역자들이 희생자라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같은 모범사례와 비교해 볼 때 조치가 미흡하고, 한국 등 당사국들과 지속적인 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유산위는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강한 유감 표명과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일본 근대산업시설 결정문안'을 썼다. 세계유산위에서 채택된 결정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오는 16일부터 화상으로 진행되는 제44차 세계유산위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미 당사국들의 의견을 수렴한 만큼 결정문으로 공식 채택할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기구 문안에 '강력한 유감'이란 표현이 들어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일본이 권고에 굉장한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계속해서 일본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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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약속을 계속 무시해도 세계유산 지정이 해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세계유산의 가치와 보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산에 대한 해석을 문제 삼아 등재가 취소된 사레는 없다. 일본은 미국이 유네스코를 탈퇴하면서 분담금에서 큰 비중이 차지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결정문 채택이 예고된 것은 유네스코가 그만큼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내년 12월 1일까지 앞으로 보완할 보존현황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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