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님 힘내세요" 故박원순 추모제, 2차 가해 지적도
8일 추모제서 강난희씨, 시민과 포옹하며 눈시울 붉혀
지지자들 "돌아가신 분 그만 비판" 차분히 추모 참여
"피해자 생각 안 하나", "코로나 시국인데" 비판하는 시민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1주기 추모제가 열린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추모제를 마친 부인 강난희씨가 한 시민에게 위로받고 있다./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여사님 힘내세요", "피해자 입장은 생각 안 하나."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1주기 추모제가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렸다. 추모식이 진행된 대웅전에는 유족과 스님들만 자리한 채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추모제에 방문한 시민들과 관계자는 대웅전 앞뜰에 모여 이를 지켜봤다. 당초 유족은 시민 참여 방식으로 추모제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가족 중심 행사로 축소했다.
추모식은 대체로 차분하게 진행됐으나, 시민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유튜버가 추모제를 촬영하며 중계하자, 박 전 시장의 지지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촬영을 제지하며 작은 다툼을 벌였다. 한 신도는 "추모를 하는 것까진 좋은데, 왜 신도들을 못 들어가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추모제와 관련, 이날 아시아경제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더 이상의 비난은 과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도 있었다.
시민 황모(60)씨는 "이미 돌아가신 분인데 더이상 비판할 게 뭐 있나"라며 "어떤 잘못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렇게 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비난은 올바르지 않은 것 같다. 추모를 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한다"고 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1주기 추모제가 열린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뜰.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박 전 시장의 유족이라고 밝힌 백모씨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빈자리가 너무 크다"라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추모식이 끝난 뒤 박 전 시장의 아내 강난희 씨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과 악수하며 일일이 감사를 표했다. 강 씨는 지지자로 보이는 한 시민과 포옹하며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인사를 마친 강씨가 자리를 뜨려고 하자 지지자들은 "여사님 힘내세요!", "건강하세요" 등 목소리를 높여 응원을 보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추모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박모(65)씨는 "추모는 좋은 일이지만, 박 전 시장이 정말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면 피해자 입장에서 당연히 기분이 안 좋을 것"이라며 "그 일이 일어난 후 아직 시간이 많이 흐르지도 않았다. 마음으로 추모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상황에서 방역에 지장을 준다는 지적도 있었다. 시민 이모(46)씨는 "지지하는 것까지는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코로나 시국에 이런 추모제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조촐히 진행한다 해도 이렇게나 사람들이 몰리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 전 시장 사망 후 마련된 시청 앞 분향소와 49재 추모행사를 두고도 시민들 사이에선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어난 바 있다. 박 전 시장의 장례식은 지난해 7월 '서울특별시장 5일장'으로 치러졌으며, 약 1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빈소를 방문했다. 같은 해 8월26일 치러진 49재는 이번 추모제와 마찬가지로 조계사에서 치러졌으며, 시민 등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1주기 추모제가 열린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시민들이 추모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시민단체는 성추행 사건 이후 1년이 지나도록 피해자의 일상 복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289개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은 8일 성명을 내고 "피해자는 '추모'라는 이름으로 사건을 왜곡하고 은폐하려는 시도, '피해자'인지 '피해 호소인'인지 논해보라던 언론사 신입사원 채용 논술 시험, 피해자 개인정보 유출·유포 등 그악한 2차 피해를 겪어야 했다"라며 "피해자의 '일상으로의 복귀'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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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피해자는 포기하지 않고 여성과 약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회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라며 "이 걸음에 정부, 국회, 수사기관, 재판부, 정치권, 언론·기업·학교,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는 모두가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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