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현대위아가 사내 하청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줄소송 우려가 커졌다.


자동차와 철강 등 다수의 업종에서 유사 소송이 진행 중인 데다 추가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경영계는 고용 유연성 강화라는 글로벌 경영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판결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패소 판결이 잇따르자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법원은 8일 현대위아 사내 협력업체 소속 직원 64명이 제기한 고용의사표시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위아는 원고들이 사내 협력업체 소속으로 회사의 직접적인 지휘와 감독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직고용 의무가 없다고 맞섰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현대위아는 2000여명에 달하는 협력업체 파견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할 처지다. 전체 생산직 정규직이 1000여명 수준인데 두 배에 달하는 인원을 추가로 고용하면 당장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모빌리티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코로나19로 수년째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판결로 발생할 막대한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위아 판결은 다른 제조업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영계는 보고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현대제철, 기아, 한국지엠 등도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은 2019년 순천공장 노동자 109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2심에서 패소하자 지난 7일 사내 하청 노동자 고용 목적의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위아도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 직고용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와 기아도 마찬가지다. 2017년 서울고등법원은 현대차와 기아 파견직 직원 493명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도 일부 하청 근로자가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수년째 진행 중이다.


경영계는 이 같은 소송이 다른 업종 전반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공장 자동화와 해외 투자 확대 등으로 갈수록 인력 활용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하청 근로자를 전원 직고용하면 기업들이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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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나라는 제조업에 대한 파견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등 해외에 비해 강한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며 "법원의 판결도 사건별로 엇갈리고 있어 기업 경영의 유연성과 예측성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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