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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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법률은 기업을 쫒아내고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든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2014년 950달러 미만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를 경범죄로 규정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젠 편의점에서 1만원 정도의 물건을 훔쳐 가도 가벼운 처벌만 받는다. 샌프란시스코는 다른 곳보다 경비 인력에 35배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고, 최근 5년간 월그린스는 견디다 못해 샌프란시스코 시내 17개 점포를 폐쇄했다. 기업은 하나 둘 캘리포니아를 떠나고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한국 최고의 해괴한 법률은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작년 4월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사건에 대한 대응책으로 입법된 이 법률은 기업인을 과도하게 처벌하는 과격한 법률이다. 이 법률은 기업,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 등 인력을 많이 쓰는 기업을 해외로 쫒아낼 것이다. 한국에서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IT업과 서비스업밖에 없지 않을까.

이 법률이 다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9일 발생한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건과 6월 17일 발생한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사고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안타깝게 희생된 분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쿠팡의 경우는 마침 사고 직후 김범석 한국법인 이사회 의장 겸 등기이사의 사임 사실이 알려져, 이 법률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사임한 게 아니냐는 의혹 보도가 쏟아졌다. 사임등기는 이미 지난 5월 31일에 경료됐기 때문에 이는 억측이다. 이 법률은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 예정이지만, 이 법이 이미 시행됐다고 해도 화재와 관련해 이사회 의장이 처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법의 취지가 오너를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기업이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자를 지정하고, 관련 책임을 이행하도록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범석 의장은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사임 했다고 한다. 실제 쿠팡은 6월 초 일본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는 등 글로벌 경영으로 무게가 옮겨가는 상황이었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한국에만 머물러서는 장래가 없다. 한국경제연구원 작년 6월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해외매출비중은 85.2%, 기아자동차는 69.2%였고, 한국 5대기업 해외매출 평균은 70.6%였다. 10대기업으로 확대하더라도 61.3%였다. 좁은 한국 시장에 갇혀 있어서는 수많은 규제와 반 기업 정서에 발목이 잡혀 사업은 지지부진이고 주주가치 실현은 지난하다. 특히 쿠팡이 인구가 조밀한 동남아 지역에 진출하는 것은 물류업에 적합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룹 회장 또는 지주회사 대표의 할 일은 이처럼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언론은 대주주가 직접 경영을 하면 주인이랍시고 능력도 없이 경영한다고 비난한다. 경영에 손 떼면 오너가 무책임하다고 또 비난한다. 특히 물류업은 노동집약 산업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한 만큼 인명 사고 위험도 매우 크다. 기업도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하지만, 언론이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반 기업 정서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 5월 31일 IT 담당이사 및 안전담당이사도 동시에 신규 선임됐는데, 언론은 그것도 뒤늦은 보여주기 쇼라고 헐뜯는다. 반 기업 정서는 사회를 병들게 하고 국가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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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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