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찰 수사관 회의체 만들자” 제안에… 400여개 찬성 댓글 달려
서울중앙지검 조사과 하기헌 사무관 “의사결정기구 없는 조직은 군대와 검찰 뿐”
법원은 2005년 노조 창립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검찰 수사관, 실무관 등의 회의체를 구성하자”는 검찰 사무관의 제안이 검찰 내부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법원과 달리 아직 노동조합이 없는 검찰에서 처음으로 일반 직원들의 협의체가 구성될지 주목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과 하기헌 사무관은 지난 12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게시판에 “수사관, 실무관, 소수 직렬 등 각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수사관 회의체 구성을 위한 찬반 투표를 하자”며 댓글을 통해 찬성 혹은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해줄 것을 제안했다.
하 사무관의 게시 글에는 이날 오전까지 400여개의 실명 댓글(대댓글 포함)이 달렸는데, 대부분이 회의체 구성에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표하는 내용이다.
하 사무관은 해당 글에서 “조직 구성원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 의사를 결정하는 기구가 없는 유일한 조직으로는 우리나라를 지키는 군대와 검찰만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합리적 의사결정과 수평적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검찰 수사관 회의체 구성 제도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우리 스스로 인권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정작 우리 조직 내부에서는 아직도 조직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이런 제도적 장치가 현 시점까지도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이미 두 차례에 걸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지휘부는 전혀 이행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긴급 여론조사를 통해 여러분의 귀한 생각을 듣고 그 자료를 활용하고자 한다”고 글을 올린 배경을 설명했다.
하 사무관은 “여전히 우리 검찰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변화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제도화된 수사관 회의체 구성은 우리 검찰 구성원들을 위한, 이런 조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비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에서는 십수년 전 수사관, 실무관 등 일반직 공무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직장협의체 형태의 ‘수사관 협의체’ 구성 시도도 몇 차례 있었지만 검찰 지휘부의 부정적 반응과 일반직 공무원들의 호응 부족으로 번번이 좌초됐다. 특히 ‘공안 사건을 취급하는 수사관이 노조에 가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등 이유로 검사들이 일반직 검찰공무원들의 노조 설립에 반대했다고 수사관들은 전했다.
반면 법원은 2005년 법원노조를 창립했고 2009년 공무원노조 통합 및 민주노총 가입 투표를 거쳐 2010년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로 전환했다.
전국 검찰공무원 수는 8400여명으로 2200여명인 검사 수의 약 4배에 달한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검사 수가 200여명인데 반해 수사관은 700여명, 실무관은 150여명에 달한다.
현직 수사관 A씨는 “(수사관 회의체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조직이 그것을 용납해주지 않는 조직”이라며 “검찰은 검사들의 조직이라는 조직 이기주의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때 일반직 언로를 다 개방했었다”며 “자유롭게 쓰라고 해서 갖가지 의견이 다 나왔었다. 하지만 총장이 바뀐 뒤로 또 언로가 막혔고, 함부로 의견을 쓸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조직에 대한 불만 등 부정적인 의견을 올릴 경우 이런 저런 불이익이 우려돼 함부로 글을 쓸 수 없는 분위기였다는 것.
전직 수사관 B씨는 “솔직히 얘기하면 우리 같은 일반직들은 일방적으로 검사가 지시를 하달하면 다 따라야 하는 게 검찰의 조직문화였다”며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당연히 회의체 같은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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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사무관은 글의 말미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의사표시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동조 의사를 밝힌 댓글이 어느 정도 모아지면 회의체 구성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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