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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손가락' 男 혐오 논란…게임업계는 '페미니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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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혐 논란' 광고 디자이너 "더는 피해 생기길 원치 않는다"
첨예한 '젠더 갈등'…기업 넘어 일반 직원에도 파장
과거 '게임업계 페미니스트 퇴출' 논란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프리랜서·외주 계약 노동자들 더 취약

편의점 브랜드 GS25가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캠핑 용품 판촉 광고 포스터.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편의점 브랜드 GS25가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캠핑 용품 판촉 광고 포스터.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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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인 GS25 광고 포스터 논란은 게임 업계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갈등이다. 게임업계는 젠더 갈등 이슈에 특히 민감한 산업군으로 페미니즘 지지 발언을 한 업계 종사자들은 소비자의 거센 비난·불매운동에 직면한 바 있다.


지난 9일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자신을 GS25 광고 포스터 제작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의 글이 올라왔다. 이 누리꾼은 "저는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GS25 디자이너"라며 "현재 상황이 너무 커지고 있고, 이미 커졌으며 더이상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인 것 같아 더 큰 피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진심에서 이 글을 올리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는 아들과 남편이 있는 워킹맘으로서 남성 혐오와 아주 거리가 멀다"며 "어떤 사상을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남혐 논란'이 불거진 GS25 포스터 제작자가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해명글을 올렸다.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남혐 논란'이 불거진 GS25 포스터 제작자가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해명글을 올렸다.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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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지금 문제에 대해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조직문화와 경영진단 등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며 "저로 인해 오해를 사고 있는 다른 디자인팀 디자이너들의 소식을 들었다. 더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글을 쓴다. 디자이너 신상 캐기를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GS25 남혐 논란은 지난 1일 불거졌다. GS25는 당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캠핑 상품 홍보를 위한 광고 포스터를 올렸는데, 이 포스터에 그려진 소시지와 손동작 이미지에 남혐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일부 남성 누리꾼들은 엄지와 검지를 오므린 특유의 손동작이 급진적 페미니즘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쓰인다고 주장했다. 이들 누리꾼에 따르면 이 손동작은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광고·유통업계에서 '암약'하는 메갈리아 회원들을 색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메갈 의혹을 사측에서 완전히 떨쳐내기 전까지 GS25 편의점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불매 운동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남혐 논란으로 인해 기업뿐 아니라 일반 직원에게까지 피해가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전개 양상이 과거 '게임업계 페미니스트 퇴출' 논란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은 게임 산업계 일부 성우·일러스트 작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집단 반발, 불매운동 등에서 시작됐다.


지난 2016년 김자연 성우는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취지의 게시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게임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에 직면하기도 했다. /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6년 김자연 성우는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취지의 게시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게임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에 직면하기도 했다. /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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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온라인 게임 제작사 '넥슨' 게임인 '클로저스'의 성우 교체 사건으로부터 논란이 처음 불거졌다. 당시 이 게임의 성우 녹음 작업에 참여하던 김자연 성우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걸스 두 낫 니드 어 프린스(Girls do not need a prince·여성에게는 왕자가 필요 없다)'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이를 본 게임 소비자들은 "메갈 성우를 교체하라"며 집단 불매운동을 펼쳤고, 결국 넥슨은 김 성우를 교체했다.


이후로도 게임업계에선 지속해서 '메갈 논란'이 불거졌다. 온라인 상에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글을 게재한 업계 종사자를 향해 비난이 빗발치면 제작사 측에서 계약을 끊는 방식이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중소규모 게임에서 일러스트를 맡은 작가 A 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페미니즘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계약이 끊기기도 했다.


퇴출 논란이 지속되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7월 정부에 게임업계 여성혐오 및 차별적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인권위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페미니즘 관련 글을 공유하거나 지지를 표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퇴출당한 사례가 있다며 "혐오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들이 관련 업계에서 다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게임업계에서는 과거 지속해서 페미니스트 퇴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게임업계에서는 과거 지속해서 페미니스트 퇴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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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에서 불거진 페미니스트 퇴출 논란은 일부 소비자들이 주체적으로 소위 '메갈의 증거'를 찾아 집단 보이콧에 나선다는 점에서 남혐 논란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시각이 있다.


문제는 이같은 논란이 심화할 경우, 상대적 약자인 직원이나 외주 계약 노동자들이 큰 타격을 입는다는 데 있다. 특히 사측과 도급계약을 맺고 일하는 외주 노동자, 프리랜서 등은 일감이 끊길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 남혐 논란에 휩싸인 GS25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이너 또한 '블라인드'에 쓴 글에서 "비슷한 직군으로 인해 오해를 받아 피해를 보신 디자이너 분들께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전문가는 사회적으로 젠더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기업이 상대적 약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이번 일은 이른바 남혐 갈등에서 시작됐는데, 문제는 이같은 갈등이 진짜 사회적 약자인 여성, 소수자 등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여성 근로자가 직접 논란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취약한 노동자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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