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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제 먹이고 손에 불 붙여" 학폭 피해 靑 청원…학교 '미온적 대처'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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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핥게 하고 둔기로 폭행…충북 제천 학폭 靑 청원에 '공분'
"학폭으로 발치 6개"…가해 학생 '20일 출석정지'
전문가 "학폭 쉬쉬하는 학교 적지 않아 문제"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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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학교 측에서 학교 폭력 사건을 무마시키려 하네요."


충북 제천의 한 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동급생들로부터 1년간 학교폭력(학폭)에 시달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에게 제설제를 먹이고 학교 담장을 핥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학교 측은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와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전문가는 학폭 근절을 위해 학교 자체적으로 대응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이가 자살을 하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4일 오후 3시 기준 1만753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피해 학생의 부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2학년 2학기가 시작되면서 (아이를 향한) 폭행과 괴롭힘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무려 1년 가까이 지속됐다"라며 "가해 학생들은 '누군가에게 폭행 및 학대 사실을 발설하면 누나와 동생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며 협박했다"고 토로했다.


청원에 따르면 가해 학생들은 지난해 겨울 피해 학생에게 제설제와 눈을 섞여 먹이고, 손바닥에 손소독제를 부은 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또 학교 담장을 혀로 핥게 하고 피해 학생을 둔기 등으로 때리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이로 인해 피해 학생은 전치 5주의 근육파열 진단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이 먹으려던 자장면에 소금·조약돌·나뭇가지 등을 넣어 먹으라고 강요했고, 이를 거부당하자 폭행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아이가) 여러 차례 도와달라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학교에서는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라며 "학교 측은 피해자인 저희에게 제대로 된 증거를 가져오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학교와 담임선생님께서는 사건을 축소 무마시키려 하는 것 같다"고 학교 측의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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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을 통해 학교 폭력 사건을 고발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학폭으로 인한 교육청의 결과 및 가해 학생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피해 학생의 학부모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지난 1월12일 오후 영어교실로 이동하던 중 가해 학생이 아들을 놀리고 욕설을 해 아들이 사과를 요청했다"며 "이 과정에서 가해 학생이 주먹으로 아들의 눈과 얼굴 등을 구타해 기절해 쓰러졌는데, 그 상태에서 얼굴을 밟는 등 추가 폭행을 가했다"고 했다. 피해 학생은 이 사건으로 치아 8개가 손상되고 6개의 이를 뽑는 등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가해 학생에게 '출석정지 20일'을 내리는 데 그쳤다. 이에 청원인은 "20일 출석정지라는 결과가 나온 이후 가해 학생은 (가기로 했던) 전학을 가지 않았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 한번 않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가해 학생 측의 모습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학폭에 대한 학교 측의 미흡한 대처는 과거부터 문제 돼왔다. 이렇다 보니 학폭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학교 측에 신고를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전체 재학생(약358만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14일부터 10월23일까지 진행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폭 피해를 주위에 알린 학생은 82.4%,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17.6%였다.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들 중 18.6%가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고, 14.8%는 '더 괴롭힘을 당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또 피해 사실을 주위에 알린 학생들도 학교보다는 가족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응답자의 45.3%는 '부모 등 보호자나 친척'에게 학폭 피해 사실을 알렸고 ▲'학교 선생님'(23%) ▲'친구나 선후배'(9.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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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면 학폭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학교 측에 신고해도 변하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신고를 꺼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신고하더라도 학교 측의 미온한 대처로 되레 보복당할까 봐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도 많다.


학폭은 일반 폭력과는 달리 장기간에 노출된다. 또 교실이라는 한 공간에서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신고보다는 혼자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 또 피해 학생들의 트라우마가 성인이 되도록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학교 측에서 먼저 학폭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학폭 범죄는 어리다고 용서해주면 안 된다. 어린 학생들이 폭력을 당할 때마다 얼마나 괴로웠겠나. 학교가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이런 범죄가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라며 "학폭을 공론화하면 학교 이미지가 추락한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학교 측에서 학폭을 방관하는 것이 학폭을 오히려 더 부추기는 격"이라며 "학교 측도 폭력에 대해 묵인하면 똑같은 가해자"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학폭을 막기 위해 학교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교 측이 학폭을 쉬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학교 자체적으로도 학폭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또 최근 학폭 관련 신고를 청원을 통해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청원이 화제가 되면 공론화되고 자신의 억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 청원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줄 때, 관련 대책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이를 염두하고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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