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日 오염수 도발…'과학' 실종, 탈원전·친원전만 남다
진보당 노원구위원회 관계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서 전달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지구의 우물에 독을 탔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을 둘러싸고 국내 여론이 갈라지고 있다. 일본 정부에 대해 ‘독단적 결정’이라는 비판은 하지만 탈(脫)원전ㆍ친(親)원전 세력 간 충돌이 재현되고 있는 모양새다. 탈원전 진영에선 방사능 자체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국제소송 등을 통한 ‘원천 봉쇄’를 주장하지만, 원자력 공학계를 중심으로 한 친원전 진영에선 "(위험론은) 과학적으로 과장됐다"며 국민들의 불안을 부추겨 정치적 논란을 초래할 필요는 없다고 경계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정부가 "기준에 맞게 처리됐다면 방류해도 괜찮다"며 사실상 일본 정부의 편을 들어준 상황이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국제 소송을 검토하도록 하는 한편 ‘무조건 반대’에서 철저한 검증과 투명한 정보 공개 촉구 등 친원전 진영의 논리도 받아들이면서 절충에 나서고 있다.
◇정부, 반대→검증으로 돌아서 = 지난 20일 오전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회의실에 국책 연구기관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굳은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의 주재로 긴급 회의를 가진 후 일본 정부가 지난달 13일 확정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나 모여든 전문가들은 ‘반대’와 ‘원천 봉쇄’를 외치지 않았다. 과학적인 검증과 주변국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도쿄전력의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 주변국과의 협의가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사실 등을 거론하며 철저한 검증과 국제적 공조를 촉구하는 수준이었다. 일본 정부를 향해 모든 오염수 탱크에 대한 국제적으로 검증된 전수 조사 실시, 세부 계획 상 배출시기ㆍ농도ㆍ양 등의 정보 제공 등을 촉구했을 뿐 "방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는 없었다.
용 차관도 "일본 정부는 30~40년에 걸쳐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출하고자 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서곡에 불과하다"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는 등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긴 호흡으로 철저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시 말해 ‘제대로 처리하면 방류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방침 확정 후 탈원전ㆍ친원전 진영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자칫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까지 불씨가 튈 위기에 놓이자 긴급히 진화 및 정리에 나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시 불지핀 탈원전ㆍ친원전 갈등=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둘러 싸고 탈원전ㆍ친원전 진영은 정반대의 처방과 진단을 내놓고 있다.
기준치 이내의 방사능은 위험하지 않은 만큼 잘 관리하면 된다는 친원전 진영의 논리와 모든 방사능은 잠재적으로 위험하며 자연계 내 누적 및 내부 피폭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탈원전 세력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삼중수소의 위험성 논란이 대표적이다. 양측은 지난달 경북 월성 원전에서 검출된 삼중수소의 유해성 논란에 이어 이번에도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탈핵 진영은 삼중수소가 매우 위험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삼중수소가 인체에 유입되면 유기물질과 결합돼 인체에 오래 남아 축적되는데 붕괴되면 암 발생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삼중수소가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만 그렇다는 것"이라며 "연안에 누적되는 삼중수소가 해산물의 피폭으로 이어져 인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자력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삼중수소수(HTO) 형태로 체내로 유입된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반감기는 4일 내지 18일로 평균 10일 정도"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방침대로 기준치(1만Bq/L)보다 40분의 1 이하로 희석해 바다에 배출하면 사실상 무해하다는 취지다.
◇해수 방류 후 위험 여부는= 해수에 방류된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확산돼 한국을 포함한 각국 연안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양측은 정반대의 진단을 내놓고 있다. 탈원전 진영은 이른 시일 내 각국 연안의 방사능 오염치가 증가할 것이 예상돼 정밀한 감시와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된 오염수는 동쪽으로 밀려가 태평양을 건너 북미 대륙에 부딪힌 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북태평양, 필리핀을 경유해 각각 일본 근해 및 우리나라 남해 쪽으로 돌아온다. 탈원전 진영은 일본 후쿠시마 대학ㆍ독일 쾰른대학 연구 결과 등을 제시하며 이르면 7개월~1년 후에 오염수가 동해ㆍ제주도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방사능 핵종의 반감기를 고려할 때 빨리 도달할수록 위험성이 큰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장마리 그린피스 한국지부 탈핵캠페인 팀장은 "오염수가 우리 바다뿐만 아니라 중국 연안까지 영향을 미치고 태평양 전역을 오염시킬 텐데, 사전 예측 모델링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희석되더라도 수십년간 핵무기에나 있는 위험한 물질들을 포함한 방사능 물질이 엄청나게 배출되므로 오염 피해를 줄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친원전 진영에선 20~30년 걸린다며 오염수가 바닷물에 희석되고 반감기를 거치기 때문에 사실상 무해하다고 강조했다. 유엔 과학위원회(UNSCEAR)는 2017년 시뮬레이션 결과 4~5년 뒤 미국 서부해안에 도달하고 20년 후 전 태평양으로 확산되며, 30년 후 인도양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도쿄 전력이 오염수를 재여과하지 않고 버린다고 치더라도 한국인들이 받는 피폭량은 극히 적어 별다른 위험이 없다는 게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분석 결과에도 나온다"면서 "일본 정부가 스스로 내세운 기준과 방침대로 방류하면 문제가 안 된다"고 밝혔다.
◇日 정부 ‘불신’ vs ‘믿을 만’= 양측은 일본 정부에 대한 신뢰도에서도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13년부터 가동한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성능에 대한 시비는 물론 정보 공개의 투명성, 폐로 기간 및 추가 오염수 배출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주장을 보인다. 탈원전 진영은 일본 정부가 정보 공개에 극히 불투명하고 돈만 생각해 자국 이기주의적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익중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일본 정부가 심지층 방출, 기화 후 배출, 지하 매립 등 대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가장 돈이 안 드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원자로에 구멍이 나서 핵 연료가 새어나온 상황에서 발생한 오염수인데, 일본 정부는 구체적인 정보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몇 톤인지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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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원전 진영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IAEA의 조언과 검증에 응하고 있고 자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보도 투명히 공개해 신뢰할 만하다고 보고 있다. 친원전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 온 원자력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정보는 일본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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