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백서 영어로 기재돼 해석하는 데만 한 세월
허위 공시에도 법적 처벌 규정 없어…"업권법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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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최근 가상화폐 시장에 참여하려던 최지원(27·가명)씨는 백서를 읽은 후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백서를 열었지만 곧바로 당황했다. 모두 영어로 돼 있었으며 용어도 너무 어려웠다. 결국 백서를 읽는 것을 포기하고 ‘찍기’식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가상화폐에 대한 기본적 내용을 담고 있는 백서조차 읽기 힘들었다”며 “투자한 가상화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공신력 있는 곳에서 생산되지 않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정보불균형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서가 영어로 돼 있어 기초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고 공시제도도 신뢰하기 어려워 소문에 기대거나 감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현재 가상화폐 백서는 각 거래소마다 기재돼 있다. 가상화폐의 기초적 내용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백서는 영어로 돼 있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해외 개발사에서 발행한 가상화폐가 대부분이기도 하지만 국내 개발사에서 개발한 가상화폐조차 영어로 된 백서를 기재했다. 실제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된 가상화폐 178개 중 38개만 한글 백서를 지원하고 있었다.


번역본을 제공하지 않는 탓에 영어가 익숙지 않은 사람은 오역을 하거나 아예 백서 읽는 것을 포기하기도 했다. 특히 백서에 적힌 노드, 해시함수, 지분증명방식 등 전문적인 용어까지 섞일 경우엔 백서를 읽기 더욱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백서를 읽은 후 투자에 참여하라고 조언하지만 읽는 것부터가 고역인 셈이다.

공시제도에 대해서도 가상화폐 시장 참여자들의 불만이 컸다. 가상화폐 발행사의 양심에만 의존해야 하는 구조라 공시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에서 공시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공시의 통일된 양식 혹은 공식적인 검증 절차가 없다. 앞서 공시 내용에 대한 진위 파악에 어려움을 겪던 업비트는 공시를 자유게시판 형태로 전환하기도 했다.


문제는 가상화폐 발행사가 허위 공시를 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는 허위 공시를 하면 해당 가상화폐가 거래소에서 퇴출되는 등 제재를 받게 되지만 법적인 처벌까지 이어지진 않는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고머니2는 미국 가상화폐 자산 플랫폼 셀시우스 네트워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고 허위 공시했다. 이에 업비트는 곧바로 고머니2를 퇴출했으나 법적인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고머니2는 지난달 16일 74.75원까지 상승했으나 이날 기준 12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고점 대비 약 84% 떨어진 것이다.


결국 가상화폐 시장 참여자들은 찍기식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정보 없이 급등하는 추세를 따라 투자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16일 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받는 도지코인이 하루에만 104.82% 상승하자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추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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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가상화폐 투자에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백서 내용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가상화폐에 대해 알지 못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업계에선 투자자가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백서를 고쳐나갈 예정이고 업권법 등이 제정된다면 공시 관련 규범도 생겨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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