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민들 대부분 코로나19 백신 위해 방문
공무원도 못한 일 일반 시민이 해결
예약 지원 중 아시아계 상대 증오범죄 멈추자 주장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에서는 최근 하루 300만명 이상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백신 접종 예약은 고난의 길이다.

뉴욕타임스가 터보백스 운영자 휴즈 마의 인터뷰를 소개했다.(캡쳐=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가 터보백스 운영자 휴즈 마의 인터뷰를 소개했다.(캡쳐=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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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장소별로, 지역별로, 민관이 따로 예약받다 보니 좀처럼 예약하기 어렵다. 어디에서 예약해야 할지도 알기 힘들다.


기자도 접종 예약을 위해 자정마다 약국 홈페이지를 방문했지만, 매번 허탕을 쳐야 했다.

앞서 운전면허증 갱신을 위해 밤마다 운전면허관리소(DMV) 홈페이지를 애타게 바라보던 경험은 오히려 쉬운 편이었다(1월부터 시작된 운전면허 갱신 노력은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다. 기자가 방문했던 DMV는 2월 말 이후 벌써 2번이나 2주씩 폐쇄됐다. 서류 확인 후 전화를 준다던 약속은 당연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예약이 어렵다 보니 접종을 한 이들의 비결이 궁금해졌다. 지인들에게 물었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답이 돌아왔다. 트위터에서 예약 가능한 곳을 알려주는 계정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인근 뉴욕과 뉴저지의 예약 장소를 알려주는 트위터 계정들이 있었다.


뉴욕시 주민의 백신 접종 예약을 도와주는 터보백스(Turbovax)가 대표적이다. 터보백스는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엔지니어 휴즈 마가 단돈 50달러의 비용으로 2주 만에 만들었다. 공무원들도 못 한 일을 민간인이 해결한 셈이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를 위해 백신 예약을 하려다 수십 곳의 웹사이트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라고 개발 계기를 소개했다. 그는 더 나은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직접 나섰다.


터보백스 이용자는 지난달 말 뉴욕시의 백신 접종 대상이 확대되면서 급증했다. 하루 20만~30만 건 수준이던 방문자 수가 하루 420만 명까지 치솟았다. 그만큼 백신 접종 예약을 원하는 이들의 수가 급증했지만, 예약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예다. 터보백스 트위터 팔로워 수도 17만명에 이르고 있다. 일반 시민부터 정치인, 연예인들도 접종 예약을 위해 터보백스의 도움을 받았다.


미 언론들은 마에게 '백신 대디'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뉴욕 '백신대디'도 분노한 아시아 증오범죄[특파원 다이어리] 원본보기 아이콘


그런데 최근 '백신 대디'는 잠시 직장을 휴직하고 백신접종 예약 지원을 확대하던 중 또 다른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름에서 보이듯 그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뉴욕시 등 미 전역에서 확산하는 아시아계 상대 증오 범죄를 목도하고 자신의 트위터를 방문하는 이들을 상대로 아시아계 증오 범죄 퇴출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그는 지난 2월 27일 트위터 운영을 잠시 중단하면서 "아시아계 상대 증오범죄가 통제를 넘어서고 있다. 내 가족과 친구들이 다칠까 두렵다"라고 트윗했다.


그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마는 지난달 애틀랜타주 조지아에서 벌어진 8명의 아시아계 희생자를 낸 총격 사건 직후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터보백스도 아시아계 미국인이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뉴욕시보다 백신 보급이 더딘 인근 뉴저지주에서 활약 중인 백신 접종 예약 알림 트위터인 '백신 봇 NJ'도 마의 입장에 동참했다.


백신 봇 NJ도 아시아계 상대 증오범죄 척결을 주장하는 성명을 올렸다. 운영자는 "백신 예약 정보가 아닌 글을 올려 미안하다. 지금 아시아계 상대 증오 범죄가 우리 커뮤니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나서게 됐다"라고 이용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글의 내용을 볼 때 백신봇 NJ 운영자도 아시아계로 추정된다.


미국 내 정치인, 유명인, 사회 지도층이 아시아계 상대 증오 범죄를 규탄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뉴욕시의 유력 흑인 목사인 알 샤프턴이 아시아계 증오 범죄 척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했음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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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백스 이용자만이라도 아시아계가 증오 범죄 대상이 아닌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합하고 있는 이웃이라는 점을 기억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마의 행동이 보여주듯이 아시아계 미국인은 혐오 대상이 아니라 미국에 이바지하는 참된 시민이기 때문이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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