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일본 역사왜곡, 미래 한일관계는 없다'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 개최를 1년여 앞둔 2001년 4월3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침략 미화, 황국 사관 중심의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교과서 등 8종에 대한 검정 통과를 발표했다.
일주일 뒤인 4월10일, 김대중 대통령은 최상용 주일 한국 대사에게 귀국 조치를 했다. 20년 후인 2021년 3월30일, 일본 정부는 독도를 자국 고유 영토로 명시한 고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몇 시간 후 외교부는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 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했다.
20년이 지났지만 일본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정권 성향에 관계없이 역사 왜곡 교과서를 출간하고 있다. 그 대상도 초등학교·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까지 확대됐다.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역사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에서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고교 1학년용 사회과 교과서는 역사 왜곡의 종합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강화됐다. 296종 대부분에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독도 영유권 주장이 담겼다.
지리총합(종합)과 공공 교과서 18종에는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다’ 혹은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라는 표현이 반영됐다. 역사총합 12종은 대체로 독도가 일본 영토에 편입되는 과정을 기술하고, 일부 역사 교과서는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라고 명기했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내용도 왜곡했다. 동원 강제성이나 위안소 운영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폭력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고 모호하게 기술한 책이 많았다.
다이이치가쿠슈샤는 역사 교과서 2종이 검정을 통과했는데 한반도 출신 여성을 위안부로 강제 동원한 것에 관해 ‘많은 여성이 위안부로 전지에 보내졌다’ ‘여성이 위안부로 전지에 보내졌다’라고 각각 기술했다. 피해자를 동원한 주체를 명확하게 하지 않아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이해하기 어렵게 한 셈이다.
일본이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일으킨 가해 행위를 모호하게 다룬 표현도 두드러졌다.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을 ‘진출’이라고 기술했다.
예컨대 시미즈서원 역사총합은 만주사변이나 중일전쟁 등을 다룬 코너에 ‘일본의 대륙 진출’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데이코쿠서원의 역사총합 역시 만주사변 등에 관해 ‘중국 대륙 진출’이라고 표기했다.
문제는 이 같은 왜곡 교과서로 한일 갈등이 증폭하는 가운데 양국 미래 세대의 역사 인식 차이가 갈수록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일본이 일방적인 독도 영유권 주장을 교과서에 싣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면 일제강점기 징용이나 일본군 위안부 동원 등 역사 문제로 악화한 한일 관계를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출범 이후 다자주의를 내세우며 한일 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중국 견제 연대 강화를 위해 한·미·일 3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본의 올바른 역사 인식과 사과 없이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미국이 압박한다고 하더라도 대일 관계 개선은 어렵다.
우리 정부가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 과거사와 한일 협력을 별개로 다룬다는 기조를 밝혔지만 일본이 20년 넘게 역사 왜곡을 지속하고 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는 미국의 중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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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한일 양국의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원한다면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세대에 대한 더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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