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정치' 先지름·後계획…시장 나와 대선급 공약 남발
[D-14, 4·7재보선 입체분석] ③포퓰리즘의 유혹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전진영 기자] "경부고속도로 서울 양재에서 한남대교 구간을 지하화하겠다.", "지하철 1~9호선 지상구간을 지하화 하겠다.", "100조원을 들여 터널을 뚫겠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에서 쏟아져 나온 ‘개발 공약’들이다. 강남 ‘금싸라기 땅’에 놓인 경부고속도로를 지하로 옮기고 해당 부지에 주택과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지역 주민의 부동산 가치 상승과 직결된 사안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내놓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4·7 재·보선 때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올림픽대로·강변북로 복층화·지하화 등도 서울의 주요 선거가 열릴 때마다 후보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사업이다.
민족 최대 명절 설날 연휴를 하루 앞둔 2월10일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차량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포퓰리즘(Populism) 정치의 기본 작동 원리는 ‘욕망의 불씨’를 자극해 유권자 표심을 흔들어 놓는 것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지하철 1~9호선 지상구간 31.7㎞와 국철구간 86.4㎞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녹지·문화·예술·상업·비즈니스 공간으로 활용하는 구상을 밝혔다.
해당 지역 주민의 개발 욕구를 자극하기 충분한 내용이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1년 남짓한 차기 서울시장 임기를 고려할 때 공약 실현에 대한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여야 개발 공약에 대해 "시장이 (남은 임기 내에) 할 수 있는 공약이 아니다"라면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검증을 통해 결정이 돼야 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예산 지원 문제와 기존 법·제도 변경 등 사업 추진에 필요한 과정을 고려할 때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온 16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시청 인근 도로변에서 선거일을 알리고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가로등 현수기를 설치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추진 의지를 피력했거나 긍정적 메시지를 전한 사업은 필요 재원의 단위 자체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책 추진의 속도를 올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비용은 28조원에 이른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검토 의지를 피력한 한일해저터널 사업의 경우 100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분석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덕도 신공항은 타당성 검사를 다시 해서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추진에 무리가 있다"면서 "한일해저터널 역시 타당성 검사를 충분히 한 후에 (공약으로) 내놓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개발뿐 아니라 포퓰리즘 정치를 둘러싼 또 하나의 논란은 ‘현금’ 문제다. 박 후보는 "서울시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씩 블록체인 기반 KS서울디지털화폐로 지급되는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드리겠다"고 밝혀 야당으로부터 ‘금권선거 아니냐’는 비판을 들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박 후보 제안에 대해 "(여야 후보) 공약의 공통적인 문제는 재정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이 선거를 앞둔 시기의 포퓰리즘 정책을 경계하는 이유는 정치·경제·사회 시스템 전반에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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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현 가능성 없이 내세우는 공약은 정치 불신을 키운다"면서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은 국가 채무를 늘리게 해서 결국 ‘빚잔치’로 이어지게 한다"고 우려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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