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탄소중립을 위한 '놈놈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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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벌판을 누비는 광활한 추격전, 보물지도를 놓고 뺏고 뺏기는 반전의 연속, '쫓다 보면 쫓기게 된다는 쫓고 쫓기는 순환의 굴레가 인생'이라는 명대사...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은 뻔할 뻔한 스토리를 좋은 놈(정우성), 나쁜 놈(이병헌), 이상한 놈(송강호)의 세 캐릭터로 엮어 범상한 스토리로 만든다. 김지운 감독이 2008년에 만든 이 영화는 그해 한국영화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2020년대의 세계 에너지의 판도 쫓고 쫓기는 추격전, 경쟁과 반전의 스토리가 예상된다.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에너지 추격전의 목표는 탄소중립이다. 좋은 놈은 재생에너지다. 나쁜 놈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석연료다. 그리고 이상한 놈은 온실가스는 안 내지만 경계의 대상인 원자력이다.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복잡하다. 영화에서는 좋은 놈이 정우성 하나지만 에너지 판에선 풍력, 태양광은 물론 바이오매스, 수소 등 정말 좋을지 두고 봐야 할 조연도 있다. 석탄은 확실히 나쁜 놈으로 취급받고 있지만 가스는 당분간 눈감아줄 수 있는 놈으로 보기도 한다. 원자력은 호불호의 팬덤을 동반한다. 탄소중립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팬덤이 있는 반면 원전 반대에 신념을 거는 불호의 팬덤도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보물찾기가 치열할수록 카메오들도 조명을 받는다. 카메오는 영화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특별출연하는 유명인을 말한다. 영화의 판을 짜는 감독이 카메오로 출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에너지 판에 등장하는 카메오는 배터리와 소형원전이다. 배터리는 소규모 에너지 저장에, 소형원전은 잠수함과 선박 동력으로 유명하다. 배터리와 소형원전이라는 카메오는 에너지의 판을 바꿀 수도 있다. 배터리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라는 결정적인 약점을 가려주고 소형원전은 불호의 팬덤이 우려하는 안전 문제에 답할 수 있다. 여기에 탄소 포집이라는 신인도 있다. 그의 활약에 따라 나쁜 놈도 악한의 이미지를 벗을지 모른다.


21세기 에너지 판은 치열하다. 좋은 놈도 어느 좋은 놈이 살아남을지 모른다. 지난 200년간 인류 발전의 동력을 제공한 것을 보면 나쁜 놈이라도 사라지기 쉽지 않다. 특히 가스는 때때로 착한 놈으로 위장도 한다. 영화에서도 악역은 쉽게 죽지도 일찍 죽지도 않는다. 영화 '놈놈놈'에서도 결말에 가서야 나쁜 놈은 죽고 좋은 놈과 이상한 놈이 살아남는다. 그들이 찾은 보물은 유전이었다. 에너지 판에선 유전을 묻을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상한 놈이 나쁜 놈의 보석을 갖고 도망치고 좋은 놈은 이상한 놈을 추적하는 것으로 끝난다. 에너지 판에선 나쁜 놈이 사라지면 서로 쫓고 쫓길지라도 일단은 그의 보석을 나눠 가질 것이다. 아직은 완벽한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판을 보면 야간의 전력수요가 평균적으로 총 설비용량의 50% 수준이다. 재생에너지가 태양광 100%라면 원자력이 담당해야 할 몫은 적어도 50%라는 얘기다. 허나 재생에너지가 주연을 확실히 하려면 간헐성을 배터리가 막아줘야 한다. 아직은 어렵다. 그렇다고 탄소중립한다면서 가스에 기댈 순 없다. 그러니 원자력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상한 놈에게는 소형원전이라는 카메오도 있다.


2020년대 에너지 판은 탄소중립을 향한 로드쇼의 시동을 걸었다. 에너지 판의 승자가 누구일지, 누가 살아남을 지 흥미롭다. 어떤 결말이 될지는 '놈놈놈'들이 각자의 장점을 키우기보다는 약점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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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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