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룸버그 원자재지수 2.4% 급락…투자 열기, 실물경기로 확산되느냐 관건
탄소제로 경제 구축 핵심재료 전망 좋아…원유는 장기적 가격 상승 낙관 힘들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 120여년 동아 네 차례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두 차례는 전쟁 때문이었고, 한 번은 오일 쇼크 때문이었다. 1990년대에 일어난 마지막 원자재 슈퍼 사이클은 중국의 빠른 산업화 덕분이었다.


두 차례 전쟁과 중국의 산업화는 급격한 수요 증가를 야기하며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또 다른 원자재 슈퍼사이클의 배경인 오일 쇼크는 공급 부족 문제를 낳으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발했다. 당시 광산업체와 석유 시추업체들이 투자를 대폭 줄이면서 공급이 급감했다. 요컨대 과거 네 차례 원자재 슈퍼 사이클은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발생한 슈퍼사이클이었다.

올해 초 세계 금융시장은 원자재 슈퍼 사이클(Super Cycle·장기호황)에 대한 전망이 잇따랐다. 실제로 금속, 곡물, 원유 지표들이 지난 1월 이후 급등하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8일 장중 67.98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말 종가 48.52달러와 비교하면 40% 넘게 오른 가격이었다. 경기 상황을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닥터 코퍼'로 불리는 구리 가격은 8년래 최고 가격을 찍기도 했다.

5번째 슈퍼 사이클?

하지만 최근 급등하던 원자재 가격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WTI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7.07% 폭락했다. 올해 최대 낙폭이었다. 원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날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지수는 2.37% 급락했다.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가장 큰 하락이었다.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지수는 23개 원자재 가격을 반영한다. 이날 옥수수 선물 가격은 2.06%, 커피 가격은 2.70%, 밀은 1.48% 떨어졌다.


세계 금융시장은 정말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올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원자재 중개업체 마렉스 스펙트론의 알라스테어 문로 애널리스트는 현재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며 원자재 슈퍼 사이클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문로 애널리스트는 "실질적 원자재 수요보다 유동성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원자재시장이 역설(paradox)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원자재 가격이 수요를 위축시킬 정도로 너무 많이 올라 원자재시장에 악재가 됐다고 분석했다.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원자재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고 진단한 것이다.

[글로벌 포커스] 실수요보다 거품? 원자재 슈퍼사이클, 역설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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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유 가격 폭락은 슈퍼 사이클 논란을 부채질했다. 이번 원유 가격 폭락은 지난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을 키운 것도 악재가 됐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정례 통화정책회의인 FOMC를 마친 뒤 인플레이션 위험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물가가 일시적으로 Fed의 정책 목표치인 2% 이상 오르더라도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을 무시하며 2023년까지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파월 의장의 발언은 Fed가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것이라는 해석을 낳으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을 키웠다.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식과 원자재 시장은 폭락했다.

관건은 실수요 여부

결국 현재 금융시장의 달아오른 투자 열기가 실물 경기로까지 확산돼 원자재에 대한 실수요로 연결되느냐가 관건이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영국 자산운용사 알렉브릭스의 알베르토 갈로 애널리스트도 현재 중앙은행과 정부가 함께 협력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10여년간 많은 중앙은행이 제로금리 등을 도입하며 적극적 부양 조치를 취했던 반면 정부는 재정 부담을 우려해 부양조치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부양 규모가 작아서 경기 회복이 늦어졌다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승인한 9000억달러에 바이든 대통령의 1조9000억달러를 합하면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한다.


투자자문사 템플 바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의 이안 랜스 공동 매니저는 "통화와 재정 정책이 함께 하면서 많은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금융시장에서만이 아니라 실물 경제에서도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를 것만 오른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거대한 경제 전환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원자재와 관련해서는 분명한 슈퍼 사이클 조짐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졌고 이에 따라 탄소 제로 정책에 박차를 가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올해 들어 폭스바겐, 제너럴 모터스, 포드 등은 잇달아 전기차 업체로의 변신에 관한 구체적 계획을 밝혔다. 올해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리, 니켈, 리튬, 코발트 등은 탄소 제로 경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 재료로 꼽힌다. 이들 재료는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전기차와 배터리 등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로 쓰이는 탄산리튬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70% 가까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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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탄소 제로 정책에 따라 원유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국제 원유 가격이 최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강세 국면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2026년까지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50달러에서 70달러 사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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