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의무 검사 행정명령 철회했지만…'인권 침해' 논란
장혜영 "소외 집단만 강제 시행 명백한 차별"
지적 잇따르자 서울시 등 검사 권고로 변경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19일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과 외국인 등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데 한국 사람한테는 코로나 검사 하라고 안 하고 이주노동자한테만 검사해야 한다고 행정명령 내립니다. 기숙사 환경이 아주 나쁩니다. 기숙사에서 제대로 살지 못 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킬 수 없는 사업장에서 일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이주노동자가 코로나 걸릴까봐 불안해하고 있으니까 이미지는 나빠질 것입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서울시와 경기도가 지난 17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코로나19 선제 검사를 이달 말까지 의무화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외국인 노동자를 1명이라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와 미등록 외국인까지 검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하거나 감염시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외국인 확진자 비율이 지난 3개월 간 전체의 6.3%로 작년 11~12월 2.6%에 높아졌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명백한 차별이자 이중잣대다. 지난해 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경로 가운데 집단 감염 절반이 종교시설에서 발생했다. 서울시는 모든 종교시설에 대한 코로나 진단 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을 단행한 적이 없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가장 많은 감염이 발생하는 집단부터 의무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냐"며 "비슷한 조건에서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집단에게는 시행하지 않는 조치를 사회적으로 소외 받는 집단에게만 강제로 시행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인권과 방역은 상충 관계가 아니라 상보적 관계"라며 "자신의 인권이 존중 받는다 느낄 때 시민들은 공동체를 신뢰하고 공동체의 안녕을 위한 여러 조치들에 적극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인종, 정체성 등을 기준으로 위험집단을 '타겟팅' 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험 행동이나 위험 환경에 따라서 공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며 "질병관리청이 요양기관이나 정신요양시설 전수검사를 가져오면서 혼란을 가져온 측면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19일 서울 구로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과 외국인 등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독일대사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외국인 대상 진단검사 관련'이란 제목의 글에서 "서울시와 경기도, 전라남도가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고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는 행정명령은 우리의 입장에서 차별적이고 지나친 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는 전날 트위터에 올린 영상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한국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에 이런 조치가 불공정하고, 과하며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전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서울시는 행정명령을 철회하고 '검사권고'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역시 진단검사 결과 음성이 확인된 외국인 노동자만 고용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했다가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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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차별적 형태의 강제 검사가 아닌 외국인 노동자들이 방역 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그들이 처한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 환경은 여전히 제대로 된 대책 없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적합한 방역 수칙은 마스크 등 방역 물품을 지급하고 공동 숙소 환경 개선이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저 외국인 노동자라면 전원에게 검사를 강제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 없는 명백한 차별적 조치"라며 "코로나 이후 낙인과 배제의 위험성을 숱하게 지적해 왔으나 국가가 앞장서고 있다. 차별은 방역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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