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건 피해자 기자회견 직접 나서
피해자 발언, 정치권에 파장
2차 가해 호소에도 계속된 공격

1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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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입니다."


"저라는 존재와 피해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전임 시장의 업적에 박수 치는 사람들에게 무력감을 느낍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 A씨는 17일 처음으로 직접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와 같은 심경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겪은 고통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호소가 있은 후에도 A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A씨가 회견에서 한 발언은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특히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그 캠프에도 치명타를 날렸다. A씨는 "지금 상황에서 본래 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많이 묻혔다고 생각한다"며 "제 피해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저를 상처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되는 것이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했다.

또 "지금 선거캠프에는 저를 상처 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사과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그리고 후속조치가 있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였다"고도 했다.


이에 박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며 "제가 진심으로 또 사과드리고 용서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A씨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불러 논란이 된 고민정·진선미·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모두 A씨에게 사과하며 박 후보의 선거 캠프서 사퇴했다.


하지만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선 해당 발언에 반발했다. 한 누리꾼은 공무원 신분인 A씨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신분상 선거 기간에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시장실에 근무했던 전·현직 공무원들로부터 증언 등을 담아 엮은 책, '비극의 탄생'도 논란이다. 증언을 바탕으로 A씨의 피해사실을 반박하는 내용이 담겨서다. 해당 책을 구입했다며 온라인에 인증샷을 올리는 박 전 시장 지지자들도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A씨는 회견에서 "국가기관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정받은 피해사실과 개인이 저서에 쓴 주장은 힘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분별력 있는 분들께서는 반드시 제대로 된 시선으로 책을 평가할거라 생각한다"고 한 바 있다.


A씨 측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전달받은 직권조사 결정문을 공개했지만 온라인상 2차 가해도 여전하다. 59쪽 분량의 결정문에는 2016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2월까지 박 전 시장은 주로 텔레그램을 이용해 성희롱에 해당하는 메시지를 A씨에게 전송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메시지에는 '너네 집에 갈까', '혼자 있냐' 외에도 '향기 좋아, 킁킁' 등이 있다. 또 '오늘 멋졌어'라는 메시지와 함께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이모티콘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인 능멸도 모자라 부관참시라니…", "증거 없이 상대 주장만으로 범죄자가 되는 X같은 세상", "모든 게 전후 관계는 없는 단문만 존재" 등의 글을 적었다.


이와 같은 2차 가해에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성추행 가해자 편에 서서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었던 모든 2차 가해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를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고통을 당한 여성을 보호하고 가해자가 상응하는 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법과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에서 가해자를 옹호하기 위해 피해 사실을 흐리게 하는 발언들을 즉시 중단하고 2차 피해를 가하는 일체의 언행을 삼갈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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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그간 2차 가해로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에서 대독된 입장문을 통해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라며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 그들의 이념 보호수단으로 활용됐습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A씨의 호소에도 이러한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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