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빨리 지나갔으면" '주식 중독' 호소하는 청년층[허미담의 청춘보고서]
주식 빠진 청년층, 부작용도…'주식 중독' 상담 건수↑
전문가 "미래 불확실할 때, '한탕주의' 빠질 수 있어"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직장인 김모(29)씨는 출근길 주요 경제 기사를 확인하고 가상화폐와 주식, 환율 관련 뉴스를 챙겨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직장 동료들과의 주된 대화 주제도 주식이다. 김씨는 "퇴근 후에도 집에서 유튜브로 주식 관련 영상들을 챙겨보고 있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라며 "월급만 계속 모아서는 돈이 쌓이질 않는다. 돈을 모으기 위해 주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주식 등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이들은 나날이 치솟는 집값에 불안감을 느끼고 주식 시장에 입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이른바 '주식 중독' 증상을 호소하며 큰돈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사회가 불안해질수록 '한탕주의' 유혹에 빠질 위험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3년 차 직장인 이모(29)씨는 "주식은 2030세대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했다. 그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왔지만, 그래봤자 '내 집 마련'도 못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이때까지 무엇을 위해 공부해왔나' 하는 의문이 들었고 허망했다"며 "이후 지인들의 추천으로 주식을 조금씩 사 모으기 시작했다"라고 털어놨다.
김 씨처럼 최근 주식을 비롯한 금융투자를 시작한 젊은층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9%는 "코로나19 시대의 경제적 변화를 계기로 생애 최초로 금융투자를 시작하거나 재개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20대 청년층은 코로나19 이후로 금융투자를 개시하거나 재개한 비율이 29%로 다른 연령층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0대(20.5%) ▲40대(20.2%) ▲50대(12.6%)가 그 뒤를 이었다.
이렇다 보니 2030세대 투자자 중 '주식 중독'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주식 매매를 위해 여가 활동을 포기한 것은 물론 주식 시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이나 연휴엔 초조함 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주식을 시작한 지 3개월도 안 됐는데 주식 시장을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하다"라며 "어떨 때는 주식 때문에 주말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종종 있다. 잠을 자려다가도 계속 주가가 생각나서 주식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주식 중독'에 대한 고민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업무 중에도 계속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주식 앱과 주식 관련 카페만 들락날락하고 있다"라며 "지인들과 나누는 대화도 흥미를 잃었다. 이제는 주말이 심심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청년들의 '주식 중독' 증상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중독 증상으로 센터를 찾은 이들은 1732명으로 ▲2018년 875명 ▲2019년 1008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상담 건수 또한 전년(3540건) 대비 64% 증가한 5523건이었다.
연령별로는 2030세대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지난해 상담자의 연령은 20대가 236명이고 30대가 579명이었다. 과거에는 없던 10대 상담자도 25명이나 있었다.
'주식 중독'을 호소하는 이들 중 일부는 무리하게 빚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말 기준 20대와 30대를 포함한 청년층의 가계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른 연령층(6.5%) 평균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전문가는 사회가 불안해지고 청년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질수록 '한탕주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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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본인이 노력한 과정에 대한 보상이 확실할 때 사람들은 덜 불안해한다. 하지만 자신이 열심히 해도 결과가 불확실할 때 한탕주의가 만연해진다"며 "이제는 월급을 버는 것만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없게 됐다. 결국 희망이 없는 사회 속에서 경제적 불확실성까지 커지자 한탕주의가 만연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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