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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파평 윤씨와 정치테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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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평 윤씨. 고려 때 여진족을 물리치고 동북 9성을 개척한 윤관, 조선 중종 때 권세를 잡았던 외척 대윤(윤임)과 소윤(윤원형), 일제 때 상하이 홍커우 공원의 독립투사 윤봉길 의사 등 역사책에 나오는 인물도 여럿인 명문가다. 이 유서 깊은 가문이 2021년 증시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의 유력주자로 부상하면서 파평 윤씨 종친들이 경영하는 회사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덕이다.


농약제조 전문업체 성보화학 , 영어교육업체 NE능률 , 웅진그룹의 지주사 웅진 이 지난 8일 이후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공통점은 대주주들이 윤씨라는 점이다. 성보화학은 창업주인 고 윤장섭 회장이 개성상인의 후예, 현금왕으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구순이 넘어서까지 성보화학, 유화증권 등 계열사 주식을 꾸준히 사면서 언론에 언급됐지만 그가 파평 윤씨란 사실은 이번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3일 연속 상한가로 파평 윤씨 테마주 중 가장 강한 급등세를 보였던 NE능률은 최대주주인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회장이, 웅진은 윤석금 회장이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 남성과 인성정보도 경영진이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투자자들이 몰렸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유력 후보였던 이명박 전대통령의 대운하 공약을 등에 업고 중소형 건설주 중심으로 대운하 테마를 형성하며 폭등을 한 이후 정치테마주는 한탕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목표물이 됐다.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몇 배를 넘어 수십 배씩 시세가 나다보니 주요 선거 때마다 정치테마주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안타까운 것은 테마주의 이유가 시간이 갈수록 수준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처음 정치테마주가 형성됐을 때는 정책 테마주가 주류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학연, 지연, 혈연 중심으로 테마주가 만들어졌다. 혈연의 경우 누구의 동생, 사촌, 이런 식이었는데 급기야 종친까지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파평 윤씨는 22만1477가구에 71만3947명이나 된다.(2000년 국세조사)

이렇게 이상 급등한 정치테마주들은 선거가 끝나거나 유력 정치인의 인기가 시들면 급락세로 돌아선다. 하지만 상승할 때 기세가 워낙 거세다보니 테마주의 달콤한 유혹에 이끌리는 투자자들은 줄어들지 않는다. 정치테마주 덕에 한몫 잡았다는 이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오르는 정치테마주는 위험하니 보지도 말라”는 충고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기 십상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든, 시가배당률이 은행 금리의 몇 배가 되는 고배당주든, 시세를 잘타면 급등을 하지만 반대로 갈 확률도 높은 테마주든, 투자처를 선택하는 것은 투자자 자신의 몫이다. 다만 투자의 구체적 목표와 방법에 대한 자신만의 틀을 정립해야 한다.


정치인이 대선주자로 나서려면 ‘왜 내가 대통령을 해야 하는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정확히 밝혀야 하듯이 투자자는 ‘왜 내가 이 종목을 사야 하는지’, ‘내가 종목을 사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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