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민원 3년간 1010건 돌파
계약해제 관련 피해가 전체의 68%나 차지
광주·전남 참가격 정보공개 업체 '0'

인생의 가장 축복받아야 할 순간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계약금 족쇄'에 묶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 특히 광주 지역 일부 예식장과 웨딩플래너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조차 무시한 채 일방적인 '환불 불가' 배짱 영업을 지속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결혼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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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초 만에 100만 원 증발"…2년 전 예약도 환불 거부

내년 10월 결혼을 계획 중인 직장인 A씨(34·여)는 최근 광주 광산구 소재의 한 유명 예식장을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상담 직후 분위기에 휩쓸려 계약서에 서명하고 계약금 100만 원을 입금했으나, 귀가 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일 취소 의사를 밝혔다. 예식일로부터는 무려 2년 가까운 시간이 남은 시점이었다.


당연히 전액 환불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A씨의 기대는 업체 측의 단호한 거절에 무너졌다. 예식장 측은 "우리 업체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도장을 찍은 순간부터 어떤 이유로도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내부 규정만을 내세웠다.

A씨는 "2년이나 남은 예식 타임을 취소한다고 해서 예식장이 다른 예약을 받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단 1원도 돌려주지 않는 것은 명백한 갑질 아니냐"며 "계약 당일 변심조차 인정하지 않는 배짱 영업에 손이 떨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민원 1010건 중 '계약 단계' 피해 집중…매년 증가 추세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웨딩업 관련 민원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21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3년간 접수된 소비자 피해 민원은 총 1,010건에 달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피해의 유형이다. 전체 민원 중 '계약해제'와 '계약불이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68.3%에 달했다. 이는 예비부부들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받기도 전인 계약 단계에서부터 환급 거부나 불합리한 위약금 설정으로 인해 집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주 지역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지역 내 대형 예식장들이 대관료와 식대를 인상하는 '웨딩플레이션' 흐름 속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정위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무시하고 자체 독소 조항을 내세워도 예비부부들은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참가격' 공시 업체 단 5곳…유명무실한 가격공개 의무화

정부 당국의 대책이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계약 관행을 개선하고자 결혼 서비스 가격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지만, 실제 이행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포털인 '참가격'에 가격을 제대로 공개한 업체는 전국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심지어 광주와 전남에 위치한 '스드메'로 불리는 웨딩패키지(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와 예식장 중 가격을 공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주 지역 예비부부들은 "업체마다 부르는 게 값이고, 추가금 명목으로 수십만 원씩 더 요구받는 일이 다반사"라며 "정부 포털에 가격 정보가 없다 보니 발품을 팔아 계약한 뒤에도 바가지를 쓴 것은 아닌지 늘 불안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표준계약서 도입 현황 '깜깜이'…지자체 실태조사 시급

웨딩플래너 업체와의 계약 또한 '을'의 눈물을 자아낸다. 공정위는 불공정 계약을 방지하기 위해 '결혼준비대행업 표준계약서'를 제정해 배포했다. 하지만 이 역시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실제로 대다수 업체가 표준계약서 도입을 외면하고 있으며, 정부조차 업계의 표준계약서 도입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플래너 업체들은 계약 당일 해지 요청에도 '상담료'나 '인건비' 명목으로 환불을 거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서비스의 질을 확인하기도 전에 수십만 원의 계약금을 볼모로 잡히고 있다.


지역 웨딩 업계 관계자는 "광주 지역 일부 예식장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표준약관을 비웃는 수준의 자체 규정을 운용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소송이나 민원을 제기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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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관계자는 "결혼서비스 시장의 부당한 거래 관행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정보 제공을 통해 합리적 선택을 지원하겠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질서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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