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같이 앉아 밈(meme)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아빠 일찍 왔네!”, “응, 드라마 보려고”라고 하니 세 식구가 눈을 마주치며 웃는다. “저 막장 드라마는 어떻게 전개될 것 같아?”라고도 한다.
트롯 경연대회를 보면서 “저 정도면 92점이다” 그랬더니 딸내미가 “난 95점”, 와이프는 “아냐! 난 89점”이라며 대꾸한다. 왜 그런 점수를 주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렇게 대화가 이어진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여태 보지 못했던 우리집의 새로운 풍경이다. 딸내미는 재택근무가 늘어났고 출근을 해도 집에 일찍 돌아오는 날이 많다. 나 또한 저녁식사나 만남을 많이 줄였다. 거리두기 핑계삼아 일찍 들어올 때도 있다. 드라마 전개도 궁금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구들이 같이 소파에서 TV와 마주할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잔소리와 꼰대
회사에서 인사와 교육업무를 오랫동안 하고 강의와 컨설팅을 하다 보니 인생의 중요한 원칙들이 신념화가 된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우리집 애들이나 학교 제자들의 모습이나 행동, 생활에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게 나이를 먹은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왔다. 조금이라도 사회에서 경쟁력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을 하자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세태가 세태이니만큼 회사에서는 말을 최대한 줄이지만 집에 오면 일방적 대화를 날리는 경우도 있다. 가끔씩은 큰소리로 야단을 치며 다 큰 애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나를 잘 이해하리라는 짐작이 화근이다.
엎지러진 물이 되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노력해도 여의칠 않다. 애들이 먼저 나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더 기대 난망이다.
문화적 유전자로 방법을 찾다
이 때 식구들이 눈을 모아 보고 있는 ‘막장 드라마’나 ‘트롯 경연’이 작은 모티브가 된다. 말을 주고받으며 어색함을 푸는 관계 복원의 기회로 삼는 것이다. 앉아 있는 소파로 ‘쓱’하고 끼어 들어가본다. 재미있다고 눈여겨보는 대목에 말도 걸어 본다. 드라마 주인공 한두 명은 말로 죽여도 본다.
이 방법은 영국의 진화생물학자인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란 책에서 소개된 내용을 방법으로 삼았다. ‘문화 유전자’라는 의미이며 그리스어로 흉내낸다는 뜻인 ‘미메네(mimene)’의 줄임말인 ‘밈(meme)’이다. 문화의 진화는 ‘문화가 전파되는 최소단위’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응용하면 자기와 동일한 문화 유전자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 금방 마음의 문을 여는 감성리더십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같은 노래, 같은 용어, 같은 복장, 같은 모자, 심지어는 같은 몸짓의 문화 유전자로 동류의식을 가지는 것이 빨라진다. 그 다음에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나 교감하는 기회를 만들면 효과적으로 관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메타인지 심리학에서는 수렵시대에 같은 종족끼리 뭉쳐야 맹수나 다른 종족과의 싸움에서 생명을 보전할 수 있기에 빠른 시간에 적과 아군을 구분하고 인식하는 능력이 발달되었다고 한다. 이성적인 설명보다 한 눈에 보이는 문화 유전자를 통한 동류의식 판단이 생존에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꼰대야 물렀거라”
그 문화 유전자라는 도구로 막장드라마가 유용했었다. 트롯이라는 음악이 문화 유전자 역할을 하며 소통하게 하며 ‘같은 편’에 서게 만든다. 집에서, 사무실에서, 강단에서 자주 쓰는 방법이다. “나도 같은 편이다. 같이 놀자”고 하며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들고, 그 다음에 나의 인생관이나 잔소리를 말해 준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효과를 본다.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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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리더십'은 강제와 지시의 억압적 방법이 아닌 작고 부드러운 개입이나 동기 부여로 조직이나 개인의 변화를 이끌어내게 하는 것이다. 또한 본인 스스로의 작은 변화로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조직이나 관계에서 창의와 열정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와 행복을 창출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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