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갈 생각 있나" "결혼 생각은?" 채용과정 성차별적 질문, 이대로 괜찮나
"기 세보인다" "군대 안 가니까 월급 적게" 기업 성차별 만연
구직자 21.1% 면접서 성별 관련 질문받아
전문가 "채용성차별, 여성 노동시장 진입 자체 차단"
자료사진. 동아제약이 지난해 11월 채용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군대에 갈 생각이 있냐"는 등 성차별적 질문을 한 사건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고 있다.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동아제약이 채용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군대에 갈 생각이 있냐"는 등 성차별적인 질문을 한 사건이 알려지며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실제 채용 과정에서 면접자들이 겪는 차별 경험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업의 채용 관행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또 최근 신협중앙회 지역본부 계약직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이 여성 지원자에게 '남자친구를 사귈 때 어떤 걸 중점적으로 보느냐'는 등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글이 올라오기해 '성차별 면접'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전문가는 성평등, 인권 감수성에 대한 조직 문화를 새로 진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고용노동부(고용부)의 지원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차별적 논란에 휩싸인 동아제약은 지난해 11월 신입사원 채용 면접 과정에서 남성 지원자에게 군대 경험을 자세히 질문한 뒤 여성 지원자에게는 "여자는 군대에 안 갔으니까 남자보다 월급 덜 받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 "군대에 갈 생각 있냐"는 질문을 던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 같은 사실은 여성 지원자 A씨가 최근 동아제약이 나온 유튜브 영상에 "지난해 동아제약 면접에서 성차별을 겪었다"는 댓글을 달면서 알려졌다. 이후 기업정보 업체 잡플래닛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A씨가 겪은 것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후기가 이어지며 논란이 확산했다.
이에 동아제약은 해당 영상 댓글에 최호진 대표 명의로 "면접관 한 명이 면접 매뉴얼을 벗어나 지원자를 불쾌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면접관에 대한 징계 처분과 함께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면접관에 대한 내부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9월 구직자 173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체 구직자의 21.1%가 면접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그러나 동아제약 사례가 알려진 이후 시민들 사이에선 A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면접 후기 글이 SNS를 중심으로 공유되는 등 채용과정 차별 논란과 관련한 파장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SNS에는 '나이를 물어보고 남자친구가 있는지 질문해서 없다고 했더니 기가 세냐고 했다', '지원서에 등록한 사진과 얼굴이 좀 다른 것 같다' 등 편견을 드러내거나 외모를 평가하는 듯한 질문을 들었다는 후기가 다수 올라왔다.
그런가 하면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협중앙회 지역본부 계약직 면접 과정에서도 성차별적 질문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13일 직장인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한 면접관은 여성 지원자에게 '남자친구를 사귈 때 어떤 걸 중점적으로 보느냐'는 내용의 질문을 했다.
이 면접관은 또 면접 당일 오후 9시께 지원자에게 사적 연락을 취해 '계약직은 떨어졌지만 괜찮은 회사를 소개해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신협 측은 진상 조사에 나섰다. 신협 측은 문제의 면접관은 다른 중앙회 내 지역본부가 아닌 다른 조합에 소개를 해주려던 취지로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신협 면접관의 성차별적 질문 논란에 대해 신협 관계자는 "중앙회 내 지역본부에서 부적절한 일이 벌어져 안타깝고 죄송하다"면서 해당 면접관에 대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 "결혼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여성 구직자, 면접장에서 성차별 질문 '여전'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적 경험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9월 구직자 173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구직자의 21.1%가 면접 과정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같은 경험은 남성(9.6%)보다 여성(30.4%)에게서 두드러졌다.
구체적인 질문 내용으로는 향후 결혼 계획이 50.7%로 가장 많았으며, 출산·자녀 계획(43%), 애인 유무(37%), 야근 가능 여부(34.5%), 남성·여성 중심 조직문화 적응에 대한 생각(30.4%) 등이 뒤를 이었다.
채용성차별공동행동이 15일 서울 동대문구 동아제약 본사 앞에서 최근 동아제약이 채용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성차별적 질문을 한 사건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동아제약이 채용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군대에 갈 생각이 있냐"는 등 성차별적인 질문을 한 사건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면접 과정에서 부적절한 질문을 들었다는 경험담이 잇따라 나오면서 기업 문화에 만연한 성차별적 인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13개 단체로 구성된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공동행동)은 동아제약 면접 논란과 관련해 15일 기자회견 열고 "동아제약의 채용성차별 사건이 세상이 드러난 지 1주일이 됐지만, 회사는 아직도 공식적인 사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사과문에는 '채용성차별'이라는 최소한의 인정도, 재발 방지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담겨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남녀고용평등법 제 7조를 명백하게 위반한 사안"이라면서 "동아제약은 채용성차별 관행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전반적인 고용 성차별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또 고용부에 채용성차별 사건에 대해 즉각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개인의 문제 아닌 조직 자체의 문제…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자체 차단 우려"
전문가는 성평등, 인권 감수성에 대한 조직 문화를 진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고용부의 지원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직자의 경우 직장 내에서 차별을 당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을 때 관련자들을 제재하고 처벌할 수 있다"면서도 "면접 과정에서의 차별적 발언은 현행법으로 제재하고 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동아제약 면접 차별 논란과 같은 채용차별은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연구위원은 이어 "동아제약 케이스는 문제적 발언을 한 사람이 인사팀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논란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자체의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인사 담당자가 고용 평등과 관련해 역량을 계발하도록 독려하는 조직문화인지 점검과 진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평등, 인권 감수성에 대한 조직 문화 자체를 새롭게 진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고용부의 지원 등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용부와 여성가족부는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 요인을 해소해 성평등 채용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과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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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앞으로 채용 단계별로 성차별적 채용 요인을 점검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과 면접에서 하지 말아야 할 질문사례를 담은 '성평등 채용 안내서' 배포, 기업·기관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성별균형 인사관리 역량강화 교육' 실시, 구인광고에 대한 성차별 여부를 모니터링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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