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허탈하고 배신감 느껴"
"3기 신도시 취소돼야…강행 시 정말 나쁜 선례 될 것"

12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국민의소리 회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를 비판하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12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국민의소리 회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를 비판하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한 홈쇼핑 방송사에서 PD로 일하는 최준섭(35·가명)씨는 올해 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서울 영등포구에 집을 구입했다. 1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은 자금과 은행 대출까지 모두 끌어모아 가까스로 마련한 집이다. 올 하반기 입주를 앞둔 최씨는 한 고비 넘겼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태를 보고 허탈감만 늘었다. 최씨는 “겨우 집을 마련했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지니 허무한 것은 물론이고, 어이없고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온·오프라인 상에서 2030세대들의 박탈감과 분노가 들끓고 있다. 소위 영끌해 집을 마련한 이들마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연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LH 직원들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현장 집회까지 나날이 이어지는 중이다.

직장인 지한경(29·여)씨는 “아무리 일해도 집값이 터무니없이 올라 막막한데 이번 사태를 보니 허탈하고 배신감이 들었다”면서 “공공기관임에도 그동안 내·외부 감사에서 이런 일이 밝혀지지 않았던 것이 더 놀랍다”고 토로했다.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뒤 LH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들의 비난 여론을 비아냥대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면서 분노를 증폭시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라인드’에서 한 작성자는 "어차피 한 두 달 지나면 기억에서 잊혀진다"며 "니들(국민)이 암만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을 빨겠다"는 글을 게시했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 소속 각 지역 대표자와 주민들이 10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LH공사를 규탄하며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시흥=김현민 기자 kimhyun81@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 소속 각 지역 대표자와 주민들이 10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LH공사를 규탄하며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시흥=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 8일에도 LH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28층이라 안 들린다. 개꿀"이라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 규탄을 위해 모인 시위대를 조롱하는 내용을 블라인드에 올렸다. 4일에도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마란(말란) 법 있냐"면서 "내부정보를 활용해서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한 것인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는 글이 올라와 공분을 샀다.


상황이 이렇자 땅 투기 의혹에 연관된 이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날이 갈수록 높아진다. 서영원(33)씨는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도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부당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이들이 페어플레이를 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며 “미래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엄중 처벌해 전례를 만드는 데 사태 해결의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땅 투기 사태의 중심에 선 3기 신도시 사업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씨는 “3기 신도시 사업이 취소돼야 숨겨진 투기 세력들이 이익을 취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강행하게 된다면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은 뻔하고, 투기 수법도 더 악랄하게 발전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AD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LH가 진행 중인 사업들의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물론 이번 사태에 연관된 이들의 처벌이 선행 조건이다. 대학생 최의재(26)씨는 “투기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관련 정보를 미리 이용해 수익을 낸 사람들에 대해서는 확실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LH의 유의미한 사업들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그런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