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입 개정안 발의…그동안 세수 감소·환금성 등으로 흐지부지
낮은 수준 평가 등 가치평가 최대 걸림돌 "수장고 보존·관리 등 정부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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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박물관·미술관의 화두는 물납제다. 지난해 재정난으로 허덕이던 간송미술관이 상속세 납부 차원에서 삼국시대 금동불상 두 점을 경매에 내놓으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73조에 따르면 물납 대상은 부동산과 유가증권(국채·주식)이다. 미술품·문화재는 제외돼 있다.


미술품·문화재는 민간에 매각되면 국외로 반출될 수 있다. 예술·학술적 가치가 높으면 연구활동은 물론 국민의 문화유산 향유권에 제약도 생긴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지낸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비상장 주식을 물납 대상에 포함하면서 미술품·문화재를 배제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물납제야말로 숨어 있는 작품을 양지로 끌어내고, 이들 작품에 공공재 역할을 부여하는 최선의 길이다. 문화재의 국외 반출을 막으면서 공적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재·미술품 물납 도입이 뼈대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관계 부처와 효과적인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에는 적어도 1년 이상이 걸린다. 최근 부쩍 관심을 받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소장품의 경우 적용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술품·문화재 물납 논의는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세수 감소, 어려운 가격 산정·환금 등을 이유로 매번 흐지부지됐다. 정 평론가는 미술품·문화재 물납이 "오히려 국부(國富)를 늘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나라에서 모든 미술품·문화재를 받아주는 제도가 아니다. 영국이나 일본은 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인정하는 기준이 상당히 까다롭다. 그런 작품들은 가격이 오르면 오르지, 떨어질 일은 없다. 해외에서 100년 이상 제도를 유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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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걸림돌은 미술품·문화재에 대한 가치평가다. 일본은 과거 세제 특별조치법을 개정하면서 미술품·문화재를 국채·지방채·부동산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취급했다. 그러자 다수 상속자가 작품을 매각해 공공성이 소멸해버리는 문제가 야기됐다.


우리나라도 과거 금융기관에서 미술품·문화재의 가치를 낮게 매겼다. 하나은행에서 1997년 실시한 미술품 금융 담보 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고미술품과 현대미술품의 융자 금액을 각각 감정가의 40%와 30% 이하로 한정한 탓에 담보 대출 세 건만 진행되고 중단됐다.


근래 상황은 크게 호전됐다. 활발한 경매로 미술품·문화재가 적정 가격을 형성한다. 감정제도 또한 공신력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다만 환금성을 최소로 보장하는 등 낙찰 가격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방안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물납제가 도입되면 미술품·문화재의 범위나 가치평가에서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며 "과대평가 가능성이 있는 데다 사후 관리 비용은 만만치 않아 수납가액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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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문화재 물납제 시행에는 정부의 꾸준한 노력도 요구된다. 정 평론가는 "수장고 보존·관리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다"며 "수준급의 감정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 공무원을 선발하지 않는다면 결국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관련 기구와 위원회가 마련돼야 한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국가기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전적으로 전문가를 믿고 그들에게 맡겨야 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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