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 의혹 수사… 주목 받는 '손혜원 판결'
"보안자료 아냐" 주장에도 유죄
법원 판결 '비밀' 폭넓게 인정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김대현 기자] 경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은 사전 개발 정보를 활용한 토지 매입 여부를 밝혀내는 게 수사의 핵심이다. 기소 여부를 판단하긴 이른 시점이지만 법조계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주목받는 판결이 있다. '목포 투기 의혹'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손혜원 전 의원 판결이다. 법조계에선 LH 투기 의혹 사건이 이 판결의 연장선상에 위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
LH 직원들은 부패방지법 위반
'LH 투기 의혹'은 LH 직원 10여명이 광명·시흥 신도시 선정 전 토지 7000평을 사들였다는 게 골자다. 경찰은 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역 토지를 구입하는 데 내부 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9일 LH 본사 등을 압수수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부패방지법 제7조의2(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옛 업무상 비밀이용의 죄)는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때엔 동법 제86조에 따라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다만 LH 해당 직원을 처벌하려면 재직 중 알게 된 정보를 부당하게 활용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 신도시 지정이 이미 언론 등을 통해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안이기 때문에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처벌이 어렵다는 의미다.
업무상 비밀이용죄를 바라보는 법원 시각
법원은 일단 업무상 비밀이용의 죄에서 '비밀'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6년 11월 판결에서 "반드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됐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아니하고 정치,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한다"고 판단했다.
손 전 의원의 업무상 비밀이용 여부에 대한 판단도 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했다. 손 전 의원은 지난해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된 1심에서 "목포시 도시재생 사업은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된 만큼 해당 자료는 일명 '보안자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목포시 입장에서는 도시재생 전략기획 자료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다"면서 "부패방지법 제7조의2 소정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현재론 처벌 가능성 높아… 다만
법조계는 LH 직원들이 투기에 활용한 정보만 확인된다면 업무상 비밀이용죄 적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도시 지정 지역 정보가 구체적으로 다중에게 전파되기 전까진 '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재권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내부 정보란 것이 일정 부분 폭넓게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신도시 개발 정보도 공표되지 않은 이상 일종의 내부 비밀인 건 명확하다"고 말했다. 장준성 법무법인 하우 변호사도 "대법원에서 이미 업무상 비밀이용의 죄에 대해 폭넓게 해석을 해놨기 때문에 일선 법원에선 따라 판결을 할 수밖에 없다"며 "기소된다면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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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업무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했는지 여부는 조사 대상인 LH 직원들의 당시 직위나 직책, 업무 내용 또는 범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도 2008년 1월 판결에서 "공직자가 부동산을 취득할 무렵 담당한 업무, 동기 및 경위,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의 관련성, 자금 마련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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