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승객, 택시 기사에 '묻지마 폭행'
"마스크 써 달라" 요청에 기사 폭행하는 경우 이어져
택시단체, 보호 격벽 필요성 강조
전문가 "왜곡된 특권 의식, 폭행으로 이어져"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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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마스크 써달라' 말하기도 무섭습니다."


최근 택시 기사를 상대로 한 폭행이 이어지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승객들은 기사가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을 하는가 하면 일부 승객은 아무런 이유 없이 기사를 무차별 폭행해 공분을 사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 택시 단체는 시내버스처럼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격벽이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는 택시 기사들을 향한 폭행이 왜곡된 계급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18일 인천 서부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50대 여성 A씨를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7일 오후 9시30분께 인천시 서구 가정동 한 도로 위를 달리던 택시 안에서 택시 기사인 60대 여성 B씨의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여러 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당시 택시 뒷좌석에서 목적지를 말한 뒤 운전 중인 B씨를 갑자기 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묻지마 폭행'으로 B씨는 머리카락이 뽑히고 입술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사례처럼 이른바 '매 맞는 택시 기사'가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주행 중인 운전자(택시·버스 등)를 폭행한 사례는 ▲2015년 3149건 ▲2016년 3004건 ▲2017년 2720건 ▲2018년 2425건 ▲2019년 2587건에 달했다. 5년간 신고된 것만 해도 1만3885건으로, 하루 평균 7건 이상 폭행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마스크 착용 여부를 두고 택시 기사와 승객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주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과 착용을 요구하는 기사 사이에서 빚는 갈등으로, 이 과정에서 일부 기사들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13일에는 술에 취한 현직 경찰관이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요구한 택시 기사를 폭행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는 마스크를 써달라는 기사의 요구에 횡설수설하며 이를 거절했다. 특히 이 경찰관은 "내가 경찰관인데"라고 말하며 기사의 가슴을 때리고 택시를 발로 걷어차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여 공분을 샀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에는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택시 기사에게 "죽여버리겠다"라고 폭언한 사례도 있었다. 이 승객은 술에 취해 기사에게 폭언을 퍼붓고 기사의 팔 부위 등을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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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사건이 반복되다 보니 택시 기사들의 안전 보장을 위한 보호 격벽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격벽'은 운전석과 승객이 타는 공간을 분리하는 투명 재질의 벽으로, 직접적인 접촉을 막아 폭행을 막는다. 미국, 일본,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는 격벽이 설치된 택시가 다수 운행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도 택시 내 보호 격벽 설치를 시범사업으로 추진했으나, 설치비 부담과 낮은 호응도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서울시는 2019년 보호 격벽 지원 사업을 통해 택시 한 대당 20만 원이 드는 격벽 설치 비용을 10만원 보조했다. 그러나 낮은 수요로 인해 지난해에는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택시 기사를 상대로 한 폭행 사건이 늘어나는 만큼 격벽을 의무화해 미연에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낙봉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정책본부장은 "예전에는 격벽을 불편해하시는 기사분들이 많았다. 택시 기사를 보호하기 위해선 운전자석을 두꺼운 격벽으로 전부 둘러싸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에 비해 격벽 디자인이 많이 개선된 상태다. 그렇기에 거부감은 이전보다 덜할 것"이라며 "또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승객과 기사가 서로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격벽에 대한 수요가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격벽 비용이다. 비용을 지자체나 국가가 지원해줄 것인지 등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승객이 줄어든 만큼 택시 기사에게 격벽 비용을 지불하게 하면 상당히 부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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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택시 기사를 향한 승객들의 폭행이 왜곡된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승객은 택시 기사에게 돈을 내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갑'의 입장처럼 느낄 수 있다"며 "또 다른 문제는 택시 안에서 다툼 등이 일어나도 중재자가 없다는 거다. 승객과 기사가 대화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갈등을 중재해줄 사람이 없다 보니 폭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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