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미소' 뒤엔 그들의 '분투' 있었다
지난해부터 최근 1년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코로나19 지원 분투기
"고맙다는 한 마디에 모든 응어리가 풀리더라"
지난해 3월 25일부터 27일간 소상공인 1000만원 직접대출을 받기 위해 전말 밤부터 줄을 선 소상공인들. 이들을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직원들은 새벽 3시에 출근해야 했다.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코로나19로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에게 몇 시간이라도 더 빨리, 한 사람이라도 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이 있다. 밤새 줄을 서도 대출을 못 받았다고 화를 내는 상인의 분풀이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고, "니들이 해준 게 뭐 있냐"며 뺨을 때려도 맞아야 했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직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소진공은 세 차례에 걸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첫 계기는 지난해 3월 25일부터 시행된 신용등급 4~10등급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000만원 직접대출을 해주면서부터다. 소진공 직원들이 가장 힘겨웠던 때도 이 시기로, 이 때부터 코로나19 지원 업무가 본격화 됐다.
당시 27일 동안 전국 소진공 66곳의 센터에서 7.3만여개 사업체에 7723억원을 지원했다. 하루평균 2723건, 공단직원 한명당 700건 이상을 처리한 셈이다. 그동안 전통시장 상인들과 소상공인들의 지원업무를 해왔지만, 갑자기 한계를 초월하는 업무가 쏟아지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멱살 잡히고 뺨 맞으며 일해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은 선착순 대출을 받기 위해 전날 밤부터 센터 앞에서 줄을 서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직원들은 새벽 3시에 출근해 번호표를 나눠줘야 했고, 줄을 섰다가 대출을 받지 못한 소상공인에게 멱살을 잡혀 분풀이를 당하는 일이 매일 전국의 센터에서 반복됐다.
심지어 전통시장에 지원을 나갔다가 "니들이 뭘 해준 게 있냐"면서 뺨을 맞고 센터로 울면서 돌아오는 직원도 있었다. 본부에서는 주요 지역에 임시 접수센터를 만들고, 기동반을 가동했으며, 대전의 본부 직원 절반은 전국의 센터로 지원을 나가야 했다.
당시 서울의 한 센터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예산이 한정돼 모두를 지원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며칠 동안 줄을 서도 대출을 받지 못한 분들이 있었고, 화가 난 그 분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했다"면서 "그 분들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서운함도 있었고, 직업에 대한 회의도 느꼈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지원 업무 초창기 때 이런 시행착오를 거친 탓인지 2차 새희망자금, 3차 버팀목자금 지원 때는 업무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직접대출 지원 당시 설치 중이었던 온라인 시스템이 완비되면서 2차, 3차 지원 때는 소상공인들이 밤새 줄을 서는 모습은 더 이상 보지 않게 됐다.
그러나 공단 직원들은 긴장을 풀 수 없었다. '당일신청, 당일지급'이 당연해지면서 일분일초라도 빨리 지원금 지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전에 신청하면 당일 오후에 지급되고, 오후부터 자정까지 신청하면 다음날 새벽부터 오전까지 지급을 완료해야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지급
SNS 상에서 "새벽 3시21분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이 입금됐다. 지금 이 시간(새벽 4시경)에 보니 놀랍다", "한국시간 새벽 4시에 버팀목자금이 들어왔다. 공손하게 세금을 내기로 했다", "버팀목자금 신청한지 반나절만에 들어왔다" 등의 인증 글이 쏟아졌다.
박영선 전 중기벤처기업부 장관은 "지원금이 가장 빠르게 나간 나라가 스위스, 독일인데 이들도 하루 내지는 이틀이 걸렸다. 우리처럼 2~3시간만에 지원금을 통장으로 입금하는 사례는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공단의 빠른 일처리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직원 10명이 근무하는 서울중부센터는 전국에서 가장 큰 곳으로 16만여개 사업체를 관리한다. 서울 시내 63만여개 사업체 중 5분의 1을 중부센터에서 담당하는데, 직원 한명이 1만6000여개 사업체를 담당하는 셈이다. 새희망자금과 버팀목자금 지원 신청이 온라인으로 바뀐 후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이 센터로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많은 날은 하루 100여명이 몰리면서 대부분의 직원이 온라인 신청을 대신 해주느라 다른 일을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월 100시간 이상을 초과근무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연장근로수당 수령이 밀리기도 했다. 지난해 말 정원과 예산이 늘어나면서 한숨 돌리긴 했지만, 비상 상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4월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확정적이고, 코로나19는 쉽사리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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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공 관계자는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이직을 고민한 적도 있다. 그런데 한 소상공인에게 '고맙다'는 한 마디를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신기하게도 그 한 마디에 모든 응어리가 풀리더라"면서 "그 때 그 느낌이 힘들어도 이 일을 계속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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