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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압박에 배당축소…'성난 주주 달래기' 숙제 떠안은 금융(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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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이어 금융지주들 줄줄이 배당성향 낮출듯
전문가들 "시장논리 반하는 배당개입"

당국 압박에 배당축소…'성난 주주 달래기' 숙제 떠안은 금융(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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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김효진 기자] 역대 최대 실적 성과를 낸 KB금융그룹이 금융당국의 권고대로 배당성향을 20% 이하로 낮추면서 5일 실적 발표 예정인 신한·하나·우리 등 다른 금융지주들도 비슷한 수준의 배당 결정이 불가피해졌다. 유례없는 금융당국의 배당 삭감 압박에 실적이 좋은 금융지주들은 성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고심 중이다. 하지만 외부 개입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일부 주주들이 경영진 고발 및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으로 보이면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금융지주사 ‘주주 어찌 달래나’ 고심=국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3조4552억원으로 4.3% 증가했지만 배당은 오히려 축소했다. 배당금은 주당 1770원으로 결정돼 2019년 2210원 보다 20% 감소했다. 배당총액은 6897억원으로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은 20%다. 배당성향 역시 2019년 26%에서 2020년 20%로 6%포인트 낮아졌다.

배당성향을 20%로 결정한 것은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딱’ 맞춘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올해 6월까지 국내 은행의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낮출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은행권의 손실흡수 능력을 확대한 자본 관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지금까지 배당에 대해 구두 권고를 해왔지만, 공식적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KB금융은 "보수적인 자본관리와 실물경제 지원이 요구됨에 따라 배당 수준은 일시적으로 직전년 대비 축소됐다"며 권고를 감안한 결정임을 시사했다.


KB가 역대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이면서 이날 일제히 실적 발표에 나서는 신한·하나·우리 등 다른 금융지주들도 비슷한 수준의 배당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당국의 ‘특별 권고’가 있었던 만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탓이다.


다만, NH농협금융의 상황은 다르다. 2019년도 배당성향이 28.1% 였던 농협금융은 조직구조 특성상 배당의 대부분이 농민들이 주축인 조합원에게 돌아가는데,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축소할 경우 코로나19로 어려운 농가 지원이 축소되는 부담을 안게된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배당이 농민들의 이익과 연결된 만큼 오는 16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특수 상황을 내세워 당국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 논리에 반하는 금융당국의 배당정책 개입에 금융지주들은 최대 이익에 따른 성과 보상을 받지 못한 성난 주주들을 달래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자칫하다가는 주주 이탈로 이어져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중간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검토 중인 KB금융과 같이 다른 금융지주들도 상반기에 못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하반기에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 "주주권한 침해…무리한 개입행위"=금융당국의 배당제한 권고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업(금융지주) 및 주주들의 가치 제고를 저해하는 무리한 개입행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가치의 중요한 평가기준인 배당이 주주들의 이익이 아닌, 당국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배당성향 자체를 당국이 결정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금융지주나 은행이 정부 소유물은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김 교수는 "소상공인들의 대출 원금상환 유예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손실이나 부실의 정도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보니 이처럼 무리하게 손실흡수력을 키우도록 몰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소송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나 정치권 등에 의해 금융사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되면 일부 주주가 경영진을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거나 상법상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금융사들은 주주 반발 등을 우려해 내부적으로 관련 법률 검토를 진행 중에 있다.


한 금융지주의 고위 관계자는 "당국이 배당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는 건 기업활동이나 경영의 핵심 영역으로까지 드러내놓고 침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무리하게 개입을 하면 금융산업의 방향성 자체가 잘못 잡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역대급 실적에도 외부 간섭에 의해 배당을 제대로 받지 못한 외국인 주주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질 경우 국내 금융시장 신뢰도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 관치에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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